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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대학가 보수주의 물결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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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대학가 보수주의 물결 거세다

입력
2002.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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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보수화바람이 거세다. 우리사회에서 대표적인 진보계층으로 간주돼왔던 대학생들이 정치적 무관심 차원을 넘어 이제는 보수화 하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대학생들의 보수화 흐름은 학생운동이 퇴보하면서 수 년 전부터 비롯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싸고 한층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말 불교 신자인 오태양(吳太陽·26)씨가 대체복무제를 주장하며 병역거부를 선언한 것을 계기로 대학가에서 병역거부가 보편적 인권 문제로 제기되자 이에 대한 찬성론 못지않게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국적 특수상황에서 병역거부는 현실을 무시한 위선적인 이상주의에 불과하다는 반발이 일고 있는 것. 지난달 말에는 이화여대 학생회가 양심적 병역거부 지지를 선언하자 네티즌들의 비난글이 폭주, 학생회가 반박 기자회견까지 갖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8월 인터넷 다음 카페에 개설돼 200여명의 회원이 있는 '보수주의 학생연대'의 회장인 박세완(23·고려대 법학과)씨는 "양심적 병역거부, 군가산점제 폐지, 페미니즘 등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다 일방적으로 진보만을 당위로 내세우는 대학가의 분위기에 실망해 모임을 개설하게 됐다"며 "침묵하는 다수의 학생들을 대변해 보수적 가치관을 정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서울대생 나동혁(羅東爀·26·수학과)씨의 후원모임 게시판은 "니들이 군대를 알아" "니들이 뭔데 양심을 논하느냐" 등 나씨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나씨를 후원하는 성격의 게시판이었지만 오히려 '성토 게시판'으로 상황이 역전되자 최근에는 급기야 게시판을 회원제로 바꿔야 했을 정도다.

최근 인터넷 상에는 '보수주의 학생연대' '양심적 병역거부 반대 모임' '여성부를 비판하는 모임' 등 보수주의 성향의 대학생 토론모임들이 잇따라 생겨나면서 보수화 바람에 불을 지피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실시된 대학생 설문조사에서도 보수화 경향은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서울대 학보사인 대학신문이 서울대생 1,213명을 대상으로 '서울대인 의식 조사'를 실시해 1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반대가 41.1%로 찬성(31.9%)을 앞섰다. 또 지난 7월 정운찬(鄭雲燦) 서울대 총장이 거론한 이후 긍정적 여론을 얻었던 지역할당제에 대해서도 반대(47.1%)가 찬성(24.6%)을 압도했다. 진보 진영의 대변 역할을 해온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통령후보에 대한 지지도도 지난 1997년도 조사(15.9%)에 비해 최근 들어서는 무려 7.8%로 급감했다. 지난달 실시된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 4개 대학 조사에서도 권 후보의 지지가 3.4%에 불과,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평균 지지율과 엇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민주노동당 서울대 학생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학생운동세력이 힘을 잃어가고 정치에대한 무관심이 급증하면서 대학생 조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학생이 진보적이라는 것은 이제 옛말이다"고 말했다.

김호기(金皓起)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80년대에는 민주화라는 단일 목표 아래서 대학생들이 한 목소리를 냈지만, 이슈가 다양해진 90년대 들어서는 학생 사회도 다원화했고 IMF 이후에는 취업난사태까지 겹치면서 현실의 경쟁논리에 순응해버렸다"며 "이런 풍토 속에서 대학가에 보수주의가 서서히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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