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 직원들이 은행원이 됐다."패스트푸드업체 버거킹에서 상권분석과 점포입지 개발 업무를 담당해온 김상국(金相局·37·사진 오른쪽)·최동희(崔東熹·37)씨가 최근 나란히 기업은행 점포전략실 차장으로 영입됐다. 점포 위치가 수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패스트푸드 업종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해 '돈 될만한 곳'에 은행 점포를 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기업은행의 주문이었다.
1주일 전부터 은행에 출근 중인 두 사람은 버거킹에서 4년간 함께 일하며 손발을 맞춘 콤비. 김 차장은 버거킹에서 37개 점포를 손수 열었고, 그 전엔 롯데리아에서 8년간 일하며 150개 점포를 성공적으로 개발, '최다개발상'을 받기도 했다. 두산그룹과 버거킹에서 일한 최 차장은 점포 수익성을 분석하고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 게 주특기이다.
김 차장은 "그동안 은행은 특정 건물주가 먼저 연락해오면 별다른 분석 없이 점포를 내왔는데, 앞으로는 철저한 상권분석을 통해 점포 입지를 개발하고 수익성 없는 기존 점포는 과감히 폐쇄하는 등 점포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패스트푸드점은 순간 충동구매를 좋아하는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은 곳, 접근이 쉬운 곳이 중요한 입지선정의 기준이 됐지만, 은행은 기업이 밀집한 지역이나 공단, 아파트나 일반 상가가 많은 곳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발로 뛰면서 어떤 지역이 발전 가능성 있는지 정보를 입수한 후 먼저 움직이는 것이 좋은 점포를 여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최 차장은 "패스트푸드점과 은행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요소는 많이 다를 것"이라며 "기존 은행 점포의 수익성 분석을 통해 어떤 요건들이 수익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최 차장은 "단순히 넓이가 적당한 빈 공간이 있어 점포를 여는 것이 아니라, 빈 공간이 없더라도 꼭 필요하다면 6개월∼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라고 말했다.
처음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영입 제의를 받고 많이 망설였다는 이들은 "은행은 보수적이고 의사결정이 늦다고 생각해왔는데, 기업은행에 와서 보니 상당히 진취적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은행 영업방식에 새바람을 몰고 오겠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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