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아일랜드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확대 등을 규정한 '니스 조약'이 통과됨으로써 이제 EU 동구권 확대는 날개를 달게 됐다.이 조약에 서명한 기존 15개 EU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비준을 늦추고 있던 아일랜드의 장벽이 무너짐으로써 EU의 동진(東進)을 막아 왔던 가시적인 장벽은 이제 모두 사라졌다. 이에 따라 주변국들은 일제히 아일랜드 국민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하며 거대 EU의 탄생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양적인 팽창을 기뻐하기는 이르다. 경제 불황, 늘어나는 재정 적자, 농업 보조금 문제에 관한 이견 등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EU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 적자
EU가 당초 경제공동체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도 드러나듯이 유럽 통합은 재정통합이 핵심이다.
EU 집행위원회는 1997년 체결한 '안정·성장 협약'을 통해 2004년 재정 균형을 목표로 회원국들이 이 때까지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미만으로 줄이도록 의무화했다. 회원국들이 자국 경제만을 위해 과다한 지출을 할 경우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는 등 EU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황을 구가하던 유럽 경제가 세계 경제의 거품 붕괴, 세수 감소 등에 따라 몸살을 앓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독일, 프랑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이 줄줄이 재정 적자 제한폭을 맞추지 못할 지경에 처한 것이다.
한스 아이헬 독일 재무장관은 "EU의 안정·성장 협약을 존중하지만 EU가 독일 경제가 처한 곤경을 이해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이들 국가의 의지 부족을 강력히 비난했지만 결국 지난 달 "2004년 재정 균형 목표가 달성되기 힘든 상황"이라며 목표 연도를 2006년으로 2년 늦출 것을 제안했다. 협약을 파기하기보다 연기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프랑스의 내년도 예산안은 2006년 재정 적자를 0.5∼1.0%로 예상해 EU의 2006년 재정 균형 목표마저 모른 체했다.
불안감은 EU 회원국 중 아직 유로화를 채택하지 않은 나라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영국은 "EU의 재정 문제는 영국의 유로화 채택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가 채무 및 재정 적자 규모에 대한 더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농업 보조금
EU 확대에 앞서 선결돼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 공동농업정책(CAP) 개편 방안도 수개월 째 겉돌고 있다. EU를 이끄는 쌍두마차인 독일과 프랑스가 농업 보조금 지급을 둘러싸고 CAP 개혁에 대해 격렬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 보조금의 최대 수혜국인 프랑스는 CAP 개혁을 반대하는 반면 최대 기여국인 독일은 CAP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농업 보조금 규모는 EU 전체 예산의 절반에 육박한다.
또한 추가 가입이 예정된 10개 국 대부분이 농업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농업 보조금을 둘러싼 대립은 한층 격렬해질 전망이다. 올해 말로 예정된 EU 가입 승인 때까지는 잠잠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몇몇 차기 가입국들은 벌써부터 신규 회원국에 대한 농업 보조금을 기존 회원국보다 줄이겠다는 EU 집행위의 방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키워드/니스조약이란
2000년 12월 프랑스 니스에서 EU 15개 회원국이 승인한 조약으로 2004년 EU 확대 및 EU 내부 기구 개혁, 유럽의회 의석 재할당 등을 규정하고 있다. 2005년부터 각료회의 의결은 회원국 인구수에 따라 3∼29표로 새롭게 할당한 특별 다수결 과반수 회원국 지지 EU 전체 인구의 62% 지지 등 3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또 EU 집행위원을 회원국당 1명씩만 두도록 했고 유럽의회 의원수를 현재 626석에서 732석으로 늘려 재분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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