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게시판에서 대자보(大字報)가 사라져가고 있다. 대학내 언로(言路)의 대표격인 대자보는 학생들이 학원 내부나 사회적 쟁점사안에 대해 이슈를 제기하고 다양한 여론을 확산해가기위해 활용돼오던 장치였으나 이제는 날로 사양화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18일 한양대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는 영화 상영을 안내하는 포스터 3,4장만 부착된 채 빈틈이 휑하니 드러나 있었다.
의정부 여중생 사망 사건이나 양심적 병역 거부 등의 이슈에 대해 학내 단체가 의견을 개진한 대자보가 한때 붙어있으나 이번주 들어서는 새 대자보가 선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양대 부총학생회장 허 진(許 珍·21·법대 3)씨는 "대자보는 정치적 색채를 띤다는 고정관념도 강하고 찢기거나 훼손되는 경우가 많아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인터넷 게시판을 적극 활용한다. 잠깐 눈길을 주는 대자보보다는 인터넷 게시판이 효과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대학 건물 벽을 빽빽하게 메운 대자보 때문에 대학본부측과 학생이 충돌을 빚던 일도 이젠 옛일이 돼버렸다.
한양대 대학본부 관계자는 "소속 학생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대자보는 자유롭게 부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과거에 비하면 대자보는 줄어드는 대신 홍보성 게시물이 늘어나는 편"이라며 "대자보 때문에 얼굴 붉힐 일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들도 대자보가 활기를 띠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나모(25·세종대 경영학과4)씨는 "내가 직접 관련된 사안도 없고 특별히 주목할 만한 쟁점이 없다 보니 설령 대자보가 눈에 띄더라도 잘 보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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