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제네바 합의의 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침으로써 26일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북한 핵개발 문제에 대한 대응책 마련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는 정부가 지금까지 제네바 합의 존폐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을 유보해 온 데 비춰보면 북한 핵 개발 문제에 대한 입장선회일 수 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문제해결을 위한 북한의 전향적 태도여부가 전제된 것이다. 따라서 이는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력이자, 스스로의 적극적 태도표명을 촉구하는 대북 메시지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또한 한미공조의 틀속에서 나온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입장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제네바 합의의 틀을 고수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었다. 미국에서 잇따라 '합의 파기설'이 제기되자 이를 강력히 반박하며 제네바 합의 파기가 기정사실화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해왔다.
20일에는 뉴욕타임스가 미 정부의 고위관리를 인용, '제네바 합의 폐기 결정'을 보도한 데 대해 청와대와 외교부의 고위관계자들이 즉각 나서 '한쪽의 주장만을 듣고 쓴 오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불과 몇 시간 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방송에 출연, "협정의 두 당사자 중 한쪽이 무효화를 밝히면 합의는 파기된 것"이라고 언급한 뒤에도 최성홍(崔成泓) 외교부장관이 직접 나서 "북한의 무효화에 따라 미국도 그렇게밖에 볼 수 없다는 취지이지 폐기 결정을 말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태도는 이날 오후 방한한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일본 외무성 아주태평양국장과 협의를 마친 뒤 변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일본측과의 협의가 끝난 뒤 "26일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는 제네바 합의의 존폐나 보완책 마련을 포함한 대응책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나카 국장의 방한은 3국 정상회담을 앞둔 한일 양국 입장조율을 위한 것이었는데, 여기서 반드시 제네바 합의 유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방향이 정해진 것으로 여겨진다. 다른 당국자는 "제네바 합의는 북한의 핵 동결과 경수로 지원을 교환한 것으로 핵 동결을 위반한 상황에서 제네바 합의를 유지할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며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제네바 합의를 유지할 것인지 폐기할 것인지 어느 쪽에 강조점을 둘 상태는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북한의 태도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제네바 합의 처리 문제는 한·미·일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것만이 확실한 입장"이라면서 "판단을 내리기까지는 아직 충분이 협의할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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