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정연(李正淵)씨 병역비리 의혹에 대해 무혐의 종결키로 결론 내리면서 80일간에 걸친 병풍(兵風)수사는 결국 허풍(虛風)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검찰은 8월초부터 관련자 수백명을 소환조사하고 성문(聲紋)분석 등 과학수사 방법까지 총동원했지만 정연씨의 병역비리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증거법상 입증책임은 검찰에 있으므로 범죄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 당연히 무혐의 종결될 수 밖에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이달 들어 이미 정연씨 병적기록표 위·변조나 대책회의 의혹에 대해서는 '근거없음'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면제과정의 금품수수 의혹도 관련자 진술이나 계좌추적에서 뚜렷한 단서가 드러나지 않았다.
더구나 이 사건의 유일한 물증인 녹음테이프의 경우 목소리가 판독불능일 뿐 아니라 편집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태. 테이프가 증거능력을 상실하면서 목소리의 장본인으로 지목됐던 김도술 전 국군수도병원 원사에 대한 조사 필요성도 함께 없어졌다.
검찰 관계자는 "테이프의 신뢰성이 없으므로 김도술씨는 이 사건과 관계가 없는 국외자"라며 "김도술씨에 대한 추가조사를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무책임하고 정치적인 조치"라고 밝혀 수사종결 입장을 확실히 했다.
수사종결 방식과 관련, 검찰은 지난 주말부터 '무혐의 종결'이냐 '수사중지'냐를 놓고 수차례 수사팀 전체 회의를 갖는 등 고심을 거듭했지만 이날 무혐의 종결키로 최종 결론을 냈다. 정연씨와 한인옥(韓仁玉)씨 등 사건 당사자와 김도술씨 등 핵심 참고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군 검찰관 등 관련자 진술이 일부 엇갈린다는 점을 들어 '수사중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제시됐지만 결국 대세에 묻혔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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