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요노 하나(千代富士)는 일본의 국기 스모에서 전설적인 존재다. 2차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스모선수로 꼽히는 지요노 하나는 통산 1,000승 이상을 올렸고 가장 많이 우승했다. 최고지위인 요코즈나까지 올랐다. 지요노 하나는 지금은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아직도 팬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현역시절 지요노 하나에겐 철칙이 하나 있었다. 실전에서 대결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연습경기에서라도 만나면 절대 봐주는 법이 없었다. 연습경기에서도 완벽하게 상대를 제압, "지요노 하나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강한 인상을 심어줬던 것이다.
21일 현대와 LG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시작으로 국내 프로야구가 가을잔치에 돌입했다. 단기전 특성상 어느 팀이 절대 유·불리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현역시절 최강팀이라는 해태에 몸담으면서 6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선수로서 대단한 행운이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 진출한 후 일본시리즈정상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센트럴리그를 제패했다.
하지만 나는 포스트시즌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1990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때는 1,2차전에서 잇따라 홈런 2개를 허용했다. 그동안 불과 28개의 홈런을 맞았던 나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지요노 하나의 일화를 소개한 까닭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하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다음에 만나도 상대편이 절대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 비록 상대를 물리치기는 했지만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면 다음경기는 수월치 않다.
99년 주니치가 일본최고의 명문구단 요미우리와 센트럴리그 1위자리를 놓고 막판까지 치열한 다툼을 벌일 때의 일이다. 당시 주니치에는 큰 경기 경험을 한 선수가 많지 않았다.
요미우리가 주니치를 바짝 추격해와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주장이던 나카무라가 나에게 "너는 한국에 있을 때 우승을 많이 했으니까 당시 경험담을 선수들에게 들려달라"고 주문했다. 난감하기 짝이 없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한가지뿐이었다. "평상시처럼 경기를 해라."
야구의 불문율중 '승세 때에도 우산을 쓰고 가라'는 말이 있다. 이긴다는 확신이 들더라도 경거망동하거나 방심하다가는 역습을 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이런 경우가 잦다. 세상살이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돌다리도 점검하면서 건넌다면 야구나 인생살이 모두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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