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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개발 계획' 충격/NYT "北, 살아남기 위한 고백외교"-WP "美도 核합의 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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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개발 계획' 충격/NYT "北, 살아남기 위한 고백외교"-WP "美도 核합의 어겼다"

입력
2002.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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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는 21일 북한의 입장에서 북한의 핵개발 계획과 이에 대한 시인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뉴욕 타임스는 '북한은 왜 고백했나' 라는 기사에서 북한의 핵개발 고백은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실용주의적 조치라고 분석하고 핵개발을 시인한 것은 대미 대화 제스처라고 해석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은 핵합의 위반자' 라는 기사를 통해 제네바 합의 이행 과정에서의 북한의 불만을 부각했다.

■NYT "北, 살아남기 위한 고백외교"

북한이 제네바 기본합의를 어기고 핵 프로그램을 진행한 사실을 시인했다고 미국이 발표하자 세계는 '북한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

외부인들은 북한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괴상한 마키아벨리쯤으로 여기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결정이 비합리적인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나름대로 냉혹한 생존 조건에서 살아 남기 위해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박사는 "대부분 사람들이 북한의 시인을 이라크 문제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미국의 처지를 활용한 전술적 조치로 분석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남한이 자신들의 경제력을 추월하기 시작한 1980년대 초반부터 대외적으로 높은 경계심을 보였다. 80년대 후반 소비에트 블록 붕괴와 그 후 찾아온 기근은 북한측에게는 대재앙이었다. 이후 미국은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로 등장했고, 심지어 북한의 유일한 우방인 중국도 최근 북한 신의주 특구 장관을 체포하는 등 북한과 거리를 두었다.

친구가 없는 취약한 상황에 빠진 김정일은 이미 경제개방을 위한 주요 개혁 조치들을 취했지만 훨씬 더 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 최근 김정일의 '고백 외교'는 이러한 변화와 압력 가운데 나왔다.

핵 개발 시인은 북한 경제의 붕괴를 막아야 하는 김정일에게는 실용적인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한상 조지아대 국제문제연구소 책임자는 "핵 개발 시인을 통해 북한은 김정일이 테러와 비밀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스타일의 지도자로 세계에 각인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지난달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일본인 피랍자 문제 설명을 요구 받고 북한의 납치였음을 공식 시인했다.

북한은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일본으로부터는 수교 이후에 엄청난 자금을 받을 수 있고, 미국은 북한이 가입을 원하는 세계 금융기구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이 '고백 외교'의 초점을 미국과 일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와 납치자 문제에 맞춘 것은 바로 이같은 배경에서라고 볼 수 있다.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센터 국가안보프로그램 책임자는 "북한이 말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자신들을 상대로 군사위협을 중지하고 관계개선을 추구한다면, 자신들도 핵활동을 중지하고 사찰을 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반응은 피랍자 고백 당시보다 훨씬 안 좋은 것 같다.

■WP "美도 核합의 어겼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제네바 핵합의를 파기했다는 미국의 시각과는 다르게 북한은 오히려 미국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합의를 위반해 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관계 개선을 바라는 북한에 대해 미국이 공격 의지를 버리지 않은 채 최소한의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제네바 합의의 핵심은 미국이 북한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정상적인 외교·경제 관계 복원에 나선다는 약속이었다. 북한은 미국이 이러한 약속을 고의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해 왔다.

북미 합의로 구성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찰스 카트먼 사무총장도 올초 "북미 합의의 기본 논리는 양자 관계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조지 W 부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동안 북미 관계는 오히려 퇴보했다"며 이를 인정했다.

미국이 북한을 동북아시아의 위협적 존재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미국을 그렇게 보고 있다.

북한 고위관리들은 미국이 자국의 체제와 주권을 위협하고 있으며, 다른 수단이 실패할 경우 결국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한국전쟁, 주한미군 주둔, 1968년 북한에 포획된 푸에블로호 등 간첩선과 첩보위성 등이 북한이 이를 확신하는 근거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대통령의 발언과 선제공격론, 아프간과 같은 미군 해외 파병의 예에서 보듯 북한은 언제든 미국의 차기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북한이 방북한 제임스 켈리 특사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조건들은 바로 이러한 북한의 시각을 잘 드러내고 있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포기와 북한 체제 인정을 약속한다면 핵개발 포기를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시 정부의 침묵은 북한에게 또다른 적대정책의 예로 여겨졌다.

미국 내 일각에서는 북한과 대화를 통해 핵사찰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 중단 등 획기적 성과를 끌어낸 클린턴 정부의 정책을 부시 행정부가 유지했다면 북한이 핵개발을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재 북한의 행동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노틸러스 연구소의 한반도 핵 전문가 피터 헤이스에 따르면 북한의 핵개발 시인은 부시 정권의 외교적 무시를 극복하려는 시도이거나 전략핵 개발을 통해 한반도의 재래무기 균형을 무너뜨리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

일본의 핵전문가 도시미츠 시게무라 교수는 "북한의 핵개발 시인은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하면서 "하지만 부시가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것이므로 이는 잘못된 계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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