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맹가네 전성시대"로 안방복귀 채시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맹가네 전성시대"로 안방복귀 채시라

입력
2002.10.22 00:00
0 0

탤런트 채시라가 26일부터 방영하는 36부작 MBC 주말드라마 '맹가네 전성시대'(극본 박예랑, 연출 김남원)로 브라운관에 돌아온다. 2001년 1월 종영한 SBS의 '여자만세'에서 다영으로 나온 이후 1년 10개월만의 복귀다. '여명의 눈동자' 등 숱한 인기 드라마를 함께 만든 친정 MBC로의 복귀는 5년만이다. '맹가네 전성시대' 촬영현장에서 그녀를 만났다.오후 2시 : 서울 상도터널 근처 유치원

"한결아, 선생님 말씀 잘 들어." 언제 그랬냐는듯 생기넘치는 목소리가 나온다. 30대 초반의 이혼녀 약사인 맹금자(채시라)가 둘째 아들을 유치원에 바래다 주는 장면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감기약 기운으로 군청색 BMW 안에서 자던 모습이 아니었다. 운동화, 커트 머리, 몸에 꼭 끼는 앙증맞은 하늘색 카디건 차림이 날아갈 것만 같다. 얼마 전 두 번째 이혼을 했지만 맹금자의 표정은 밝다.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않는 당차고 똑똑한 여자에요." 채시라는 목감기가 심하다며 짬이 날 때마다 스카프로 목을 감쌌다.

결혼 이후 최근 2년 동안 채시라는 박예랑 작가의 페르소나였다. '여자만세'도 그랬고 3월에 청담동 유시어터에서 30대 이혼녀로 나왔던 모노드라마 '여자', 그리고 이번 '맹가네 전성시대' 모두 박예랑 작가와 함께 했다. "여자이야기에 강한 작가죠. 결혼 이후 조금 놀고 싶었는데 가만 놔두지를 않네요." 박 작가는 알고 보니 대원여고 2년 후배였단다.

오후 4시 : 대방동 아파트 단지 입구

삽시간에 동네 주민들이 모여 수군수군댄다. "채시라 맞아? 왜 저렇게 말랐어." 행인 엑스트라들이 오가고, 채시라는 핸드폰에 대고 혼자서 씩씩대며 바삐 가는 장면이다. "규식아, 너 왜 전화 안 받는 거니?" 6,000만원을 들여 약국을 열려던 금자의 희망은 산산조각날 위기다. 금자의 초등학교 동창 최규식(이재룡 역)이 계약서를 대신 작성한 뒤 종적을 감췄기 때문이다.

'금자네 전성시대'는 삼각관계를 골격으로 삼는 서민풍 홈 드라마다. 꿋꿋하게 세 번째 사랑을 찾는 금자를 두고 변호사 서상훈(김영호)과 사기꾼 최규식(이재룡)이 신경전을 벌이고, 여기에 금자네 아버지 임현식 등이 가세해 코믹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재룡씨와는 '파일럿'(1993) '위험한 사랑'(1996)에 이어 세 번째 만남이에요." 농담을 한마디 보탠다. "처음 해본다는 사기꾼 역할이 너무 잘 어울려요. '생활'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장면이 나올 때까지 채씨는 상가 앞을 대여섯 차례나 오가기를 반복했다. "저렇게힘드니 살이 쪽 빠지지" 하는 사람들 수군거림이 들린다. 하지만 채씨는 날씬함의 비결을 '수유'라고 강조했다. 15개월된 딸 채니에게 9개월 동안 모유를 먹였다. 채씨는 유니세프의 모유 수유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오후 7시 : 상도동 금자네 집

감나무가 감을 주렁주렁 달고 있고, 잔디가 깔린 손바닥만한 마당이다. 평상 위에서 금자 부녀가 말을 주고 받는다. "너 또 이혼했다며, 그게 사실이니?" "그냥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면 안돼요, 아빠?" 정다운 부녀 사이의 정답지 않은 대화를 채시라 임현식 두 사람은 천연덕스레 연기한다. 인근 대학에서 벌어지는 축제의 함성과 비행기 소리가 촬영을 방해했지만, 두 사람은 대사 한 번 틀리지 않고 연기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혼자서 1시간 반을 책임지는 연극 '여자'를 하고 났더니 부쩍 큰 느낌이에요." 이튿날 촬영 일정은 새벽 6시에 미용실을 들르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표정엔 여유가 묻어난다.

오후 9시 : 여의도 설렁탕 집

수시로 이동해 야외 촬영을 하느라 지칠만도 하지만, 채씨는 종종걸음 사이에도 대본을 놓지 않는다. 밤 늦게 촬영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가면서도 이튿날 대본 걱정이다.

1984년 CF 모델로 연예계에 들어선 이래 재수 시절을 빼고는 실패의 기억을 떠올리기가 어렵다. '거인'(1989)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거머쥔 후 '여명의 눈동자'(1992) '서울의 달'(1994) '왕과 비'(1998) 그리고 '여자만세'에 이르기까지 인기와 연기 모두에서 정상을 지켰다. "데뷔 시절부터 어머니가 매니저 일을 해주셨고, 외삼촌이 운전을 해주시는 등 가족들이 큰 힘이 되었어요. 허투루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연기에만 몰입할 수 있었죠." 남편 김태욱과 딸 채니, 그리고 종교(가톨릭)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세례명은 클로틸다.

설렁탕에 밥 한 그릇을 말아 넣으며 "하루 세 끼 다 챙겨 먹는 게 체력 유지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 말 속에는 인생에 대한 태도도 담긴 듯했다. 빙그레 웃으며 던지는 한 마디도 그러했다. "밥을 그렇게 남기시면 어떻게 해요. 다 긁어서 드세요."

/이종도기자 ecr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