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으로부터 '붉은 악마'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회장직을 그만둬야 할 것 같다."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붉은 악마'의 신인철(申寅澈·34) 회장이 최근 전격 사퇴를 선언한 배경이 주변인들의 전언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붉은 악마 회원들과 네티즌들은 "대통령 선거전에 붉은 악마의 이미지를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등쌀 때문에 신씨가 물러났다"며 "정치인들은 순수한 젊은 열정조차 가만 놓아두지 못하느냐"고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조용한, 그러나 전격적인 사퇴
신씨는 6일 인터넷 붉은 악마 홈페이지(www.reddevil.or.kr) 게시판에 '회장직을 사퇴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느닷없이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하다"며 "남은 임기를 부회장이 맡아 보다 발전된 붉은 악마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씨의 선언은 대부분 회원들조차 동명이인의 장난으로 여겨 별 파장이 없었다.
이에 대해 21일 신동민(申東民·30) 붉은 악마 미디어 팀장은 "신 회장이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은 사실"이라며 "내달 대의원 대회 이전에 신 회장이 사퇴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변위협 느낄 정도
임기를 4달이나 남겨두고 신씨가 사퇴한 이유는 붉은 악마를 대선에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집요한 공세를 피하기 위한 것 이라는 게 붉은 악마 집행부의 중론이다. 신씨는 글을 올린 이후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있다.
집행부 관계자는 "신 회장이 사퇴 전 '정계에 입문하라는 엄청난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 단순한 요청 수준이 아니라 신변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거의 협박 수준'이라며 힘겨워 했다"고 전했다. 신씨는 또 "붉은 악마의 순수성을 오염시키지 않으려면 사퇴하는 길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신씨는 사퇴의 글을 올리기 전날인 5일에도 집요하게 만날 것을 요구해온 모 정당의 현역 국회의원을 어쩔 수 없이 만나면서도 주변에 "이러다 무슨 일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크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신씨와 붉은 악마에 대한 정치권의 구애는 '월드컵 결산 공동 세미나'를 같이 하자는 제안에서부터 신 회장의 입당과 붉은 악마의 지지성명 요구까지 실로 다양하고 집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부의 또 다른 관계자도 "신 회장이 정치인으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분개했고, 회원들은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용단을 내린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1998년 붉은 악마 초대회장을 지낸 뒤 올해 3월 4대 회장에 재선출됐던 신씨는 내년 2월 임기만료 뒤 유학을 떠날 계획을 밝혔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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