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사령탑을 맡겠다는 지도자는 한둘이 아니다." "누구든 희생양이 될 뿐이다."박항서 감독 경질 이후 차기감독 선임조건 등을 둘러싸고 대한축구협회와 프로구단 감독들이 상반된 견해를 내놓는 등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차기 물망에 오른 국내 지도자들은 21일 외국인 감독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제기하며 "감독 제의가 들어와도 현 상황에선 수락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특히 협회가 2004년 7월 '거스 히딩크 감독영입 우선협상권'를 갖고 있는 점을 들어 히딩크 복귀를 염두에 둔 대표팀 운영에 우려를 나타냈다.
박 감독처럼 성적 부진이든 전술운영 능력 부족이든 자질론에 휩싸여 중도 하차할 경우 대표감독 경력은 오히려 역효과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윤환(41) 전북 감독은 "외국인 감독에겐 권위부여와 함께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국내 지도자는 홀대하는 등 소신껏 일할 분위기가 아닌 만큼 100% 거절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광래(48) 안양 감독도 "히딩크는 두 차례나 0―5 대패를 해도 신뢰를 보냈던 협회가 훈련기간 3주밖에 안된 박 감독을 경질한 건 불신과 푸대접이 극에 달했다는 증거"라며 "박 감독의 전철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이날 "차기감독은 국내외 인물을 총망라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국내 감독을 우선 추천한 뒤 외국인을 검토한다"는 기술위원회의 의견과 차이를 드러냈다.
조중연 협회 전무는 특히 "히딩크가 협회 기술고문직을 계속 수행하는 만큼 감독 우선 협상과 관련한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며 히딩크카드의 유효성을 강조했다.
축구인들은 이에 대해 "차기감독이 새로운 틀을 짠다 해도 히딩크 영입설이 끊이지 않는 한 한국감독은 허수아비에 머물 수 밖에 없다"며 과감한 히딩크청산을 주장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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