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을 기다린 홈런이다." "작은 실수로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월드시리즈를 앞두고 팬들의 관심은 온통 애너하임이 샌프란시스코의 강타자 배리 본즈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쏠렸다.
웬만한 강심장 투수도 정규는 물론 포스트시즌 내내 본즈를 볼넷으로 거르는 게 다반사였다. 홈런을 맞느니 1루로 그냥 내보는 게 낫다는 생각 때문에 본즈는 2타석당 한번 꼴로 볼넷을 얻었다.
그러나 애너하임의 선발투수 재러드 워시번은 정면승부를 택했다. 2회초 본즈를 맞은 워시번은 볼카운트 1―2에서 가운데 직구를 뿌렸다. 칠테면 쳐봐라는 오기가 발동했지만 본즈는 보기 좋게 125m짜리 우월홈런으로 되갚았다. "시속 145㎞ 직구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는 본즈의 영웅담 앞에 워시번은 "경솔한 피칭이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한때 타자로 명성을 떨친 아버지 보비는 물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대부 윌리 메이스도 월드시리즈에서 홈런은 날려 본 적이 없어 본즈는 더할 수 없는 감격을 맛봤다. 본즈는 "우승컵을 품에 안은 뒤 진짜 짜릿한 흥분을 맛보고 싶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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