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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노벨물리학상 배출 日고에너지硏 "K2K 美연구팀" 대변인 정창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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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노벨물리학상 배출 日고에너지硏 "K2K 美연구팀" 대변인 정창기 교수

입력
2002.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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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東京)대 명예교수인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76)에게 올 노벨 물리학상을 안겨준 카미오카광산의 중성미자 관측실험엔 한국인 과학자도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고에너지연구소(KEK)에서 슈퍼카미오칸데(물탱크 등의 실험시설)로 중성미자 빔을 쏘아 관측하는 K2K('KEK to KAMIOKA'라는 의미) 실험의 미국연구팀 대변인인 정창기(鄭昌機·47) 미 뉴욕주립대(스토니브룩) 교수가 주인공이다. 그는 "대통일이론 검증과정의 예상치 못한 부산물인 중성미자 발견이 역설적으로 대통일이론 입증에 기여했다"며 "중요한 과학적 발견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그러나 호기심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꿋꿋하게 세상을 지켜보는 과학자에게 온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그를 전화인터뷰했다.

-중성미자 실험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고시바 교수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카미오칸데 실험이 1984∼90년 실시된 후 10배 규모인 슈퍼카미오칸데가 같은 탄광 안에 만들어졌다. 92년 이 실험에 미국 연구자 중 처음으로 참여했다. K2K실험에선 미국측 데이터 분석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슈퍼카미오칸데에 앞장서 참여한 이유는.

"92년 내가 제안한 실험이 기각된 후 다른 걸 찾아봤다. 입자물리 실험은 10년, 20년씩 걸리므로 평생 2개의 실험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전세계 실험을 훑어보다 슈퍼카미오칸데에 마음이 끌렸다. 카미오칸데나 슈퍼카미오칸데는 양성자 붕괴를 관측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양성자 붕괴는 표준모형이 틀리고 대통일이론이 맞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입자물리학 50년사에 가장 중요한 발견이 된다. 하려면 큰 걸 해야하지 않는가?

내가 일본으로 간다니 모두 의아해했다. 그러나 맞다고 생각한다면 밀어붙여야 했다. 노벨상 공동 수상자인 레이먼드 데이비스 2세 교수도 얼마나 많은 반대에 부딪혔나. 그는 10의 23승개 분자 중 몇 개를 골라내는 매우 까다로운 실험을 했고, 아무도 실험결과를 믿지 않았다. 그러나 30년간 비판과 공격을 견디며 믿음을 굽히지 않았다. 노벨상은 그러한 열정에 주어진 것이다."

-현재 중성미자 실험은 어디까지 와 있나.

"엄밀하게 말하면 이번 노벨상은 태양 중성미자를 관측한 것에 주어졌다. 슈퍼카미오칸데와 K2K 실험으로 중성미자의 진동이 밝혀진 것은 그 이후 일이다. 진동, 즉 3종류의 중성미자가 서로 다른 종류로 바뀌는 현상은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다는 뜻이어서 또 하나의 노벨상이 나올 만하다. 중성미자 진동은 지난 30년간 가장 중요한 물리학적 발견이다. 1998년의 이 논문은 불과 4년만에 인용횟수가 가장 많은(약 2,000회) 물리학 논문이 됐다. 1974년 참 쿼크 발견 논문의 기록을 깨뜨린 것이다. 수차례 실험으로 사람들은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99% 확신한다."

-중성미자의 질량이 왜 중요한가.

"전자의 질량은 양성자보다 1,000배나 작은데 중성미자는 전자의 100만분의1도 안 된다. 이 문제는 대통일이론으로 설명된다. 표준모형은 중성미자 질량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세워진 반면 대통일이론은 중성미자의 질량이 아주 작다는 것이 첫 단추이다. 때문에 중성미자의 질량은 대통일이론이 맞다는 것을 입증해준다. 역설적이게도 대통일이론을 검증하려던 양성자 붕괴 관측이 실패한 결과(중성미자 진동 관측)가 대통일이론의 손을 들어주었다. 과학은 이런 예기치 못한 발견을 통해 진보한다."

-이제부턴 무얼 밝혀야 하나.

"처음으로 돌아간다. 대통일이론이 맞다면 양성자는 붕괴할 것이다. 실험물리학자들이 이를 확인해야 한다. 아직까지 못 본 것은 그만큼 희귀하다는 뜻이다. 더욱 큰 실험기구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실험계획은.

"슈퍼카미오칸데보다 13배 큰 실험기구인 UNO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현재 국제 실험그룹을 조직중이고, 내년 연구개발 제안서를 낼 계획이다. 2005년 정식 제안서를 쓰고 5억달러의 예산을 지원받게 되면 UNO를 만든다. 10년내에 양성자 붕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이 거대한 실험기구는 블랙홀 생성, 초신성 등도 관측할 테고 예기치 못한 굉장한 발견이 나올지도 모른다."

-국제연구를 주도하고 있는데 본인이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나.

"한국이 노벨상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노벨상을 올림픽 금메달처럼 집중훈련으로 따겠다는 생각은 넌센스다. 나는 노벨상을 받은 한국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한 한국, 서로에게 친절한 한국이 더 자랑스럽다. 학생들의 호기심을 북돋우고,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놔두지 않는다면 결코 노벨상은 없다. 노벨상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일 뿐이다."

-왜 과학을 하는가.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기 때문이다. 우주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발견의 순간 더할 나위 없는 희열을 느낀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정창기 교수

정창기 교수는 79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고에너지물리학 실험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스탠포드대 선형가속기센터 연구원을 거쳐 90년부터 뉴욕주립대(스토니브룩) 천체물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 표준모형·대통일이론

표준모형(Standard Model)과 대통일이론(Grand Unification Theory)은 세상을 이루는 기본입자와 기본 힘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표준모형은 각 6종의 쿼크 입자와 경입자, 그리고 3가지 힘(전자기력, 강력, 약력)으로 이 세상을 설명한다. 그러나 이 모형은 세상에 존재하는 4가지 힘 중 중력이 빠져있다는 게 치명적 약점이다. 이론가들은 4가지 힘을 통일된 하나의 힘으로 설명하려 했고 이것이 대통일이론이다. 우리 우주가 어떻게 생성됐는지를 설명하려면 이런 이론들이 필요불가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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