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43) 감독이 부산아시안게임 성적 부진을 이유로 취임 74일만에 전격 경질됨에 따라 차기 감독이 축구계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대한축구협회는 20일 "국내 지도자를 우선 물색한 뒤 외국인 감독 영입을 검토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러나 올림픽과 성인 대표팀 감독의 분리 운영방침도 확정되지 않는 등 감독공백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차기감독
기술위는 경험부족에 따른 전술운용 능력부재 등을 경질사유로 밝힌 만큼 프로구단 감독이 적임자로 꼽힌다.
김진국 기술위원장은 "23세 이하 올림픽팀 사령탑은 성인대표팀 경험이 없는 감독이 맡는 게 적합하다"고 밝혔다. 이 조건에 맞는 인물은 김호곤(부산) 조광래(안양) 조윤환(전북) 최순호(포항) 감독 등이다. 그는 그러나 "해외의 유능한 지도자를 꾸준히 물색중"이라고 말해 외국인 영입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핌 베어벡(46) 월드컵 대표팀 수석코치도 물망에 오른다.
■기술위는 거수기
박 감독 전격 경질은 "기술위가 협회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우려를 재입증했다. 김 위원장은 18일 기술위 소집에 앞서 "경기내용 분석이 주 안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감독은 결과에 따라 언제든 해임할 수 있다"는 협회 관계자의 입장 표명 이후 전격 경질로 가닥을 잡았다. 감독 해임에 따라 기술위의 일괄사퇴를 주장한 한 기술위원은 "3개월도 안돼 감독을 평가, 경질한 전례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박 감독 선임 전 "감독경험이 없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히딩크 축구의 계승자"라는 이유로 적임자라고 추켜 세운 기술위가 뒤늦게 경험부족을 문제삼는 건 직무유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히딩크 재영입설 등을 둘러싸고 박 감독과 갈등을 빚어온 협회가 성적을 명분삼아 괘씸죄를 적용했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축구인은 "협회의 모든 행정은 정몽준 회장의 정치적 행보와 연관돼 있는 것 같다"며 "축구 발전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외면하는 한 누가 감독을 맡아도 마찰을 빚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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