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0일 발표한 '국가원로자문회의 운영' 공약은 집권할 경우 결코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약속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헌법 90조는 '국정 중요 사항에 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는 국가원로자문회의를 둘 수 있으며, 의장은 직전 대통령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차기 정부가 이를 근거로 시행 법률을 제정, 국가원로자문회의를 설치할 경우 의장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자동으로 맡게 된다.
김 대통령이 퇴임 후 헌법 기관인 국가원로자문회의 의장을 맡는다는 것은 김 대통령 본인은 물론 친인척과 측근 인사 등에 대한 정권의 사정(司正)이나 정치적 압박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짐을 뜻한다.
한편으로 이 후보가 집권할 경우의 정치보복 가능성에 대한 민주당 내 동교동계 등의 우려를 완화해 반창(反昌) 결속을 이완하고, 호남을 비롯한 취약 지역의 득표력을 조금이라도 보완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당시 설치 근거가 마련된 국가원로자문회의는 88년 2월 전두환(全斗煥) 전대통령 퇴임 직전 시행법률이 제정돼 노태우(盧泰愚) 전대통령 시절 잠시 운영됐으나 '5공 청산'이 마무리된 89년 3월 폐지됐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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