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대 영문학과 최병현(崔炳賢·52) 교수가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이 쓴 임진왜란 야사 '징비록(徵毖錄)'을 영문으로 번역,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대 동아시아학연구소의 한국학 연구도서로 출간된다.징비록은 유성룡이 임진왜란(1592∼1598)의 원인과 상황 등을 기록한 것으로, 당시 명나라와 일본 등 주변국의 정세와 역학관계까지 다뤄 임진왜란과 관련된 수많은 기록들 중 백미로 꼽힌다. 내년 1월 버클리대가 출판할 예정이다.
최 교수는 1997년 11월 IMF구제금융을 받게되자 곧바로 징비록 번역을 결심, 1년 만에 완역했다. 그는 "설마 하다가 자초한 국가 위기와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 임란과 IMF는 매우 상관성이 깊다"며 "징비록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에게도 많은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번역 이유를 설명했다.
동양학의 대가인 버클리대 랭케스터 교수가 98년 최 교수의 번역본의 읽고 대학에 출판을 건의했다. 당시 버클리대 심사위원들은 '영문학자의 역사기술'에 회의를 나타냈으나 최 교수가 4년에 걸쳐 징비록에 나오는 언어와 생활상, 군문(軍門) 용어, 주변정세 등에 대해 각종 역사서를 샅샅이 뒤져 주석을 달아 탈고하자 최근 연구도서로 선정했다.
최 교수는 "최근 한국학에 대한 서양학자들의 관심이 폭증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번역본이 부족하다"며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도 연구해 번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목민심서(牧民心書)를 번역하고 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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