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복 차림의 50대 주부가 2년여를 하루같이 청와대 진입로에서 '나홀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작은 아구찜 가게를 하던 남귀옥(南貴玉·54·부산 부산진구)씨가 '1인 시위'에 나선 것은 2000년 7월초. 20일로 740일 째다.건설업체가 1991년 가게 앞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1.5m앞에 놀이터를 짓고 공유도로까지 가로막아 장사를 할 수 없게 된 게 계기였다. 남씨는 곧 건축물간 거리를 5m이상으로 규정한 건축법을 들어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낸 데 이어 막힌 도로를 뚫어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에다 놀이터사용금지 가처분신청까지 냈다. 하지만 법원은 번번이 건축업자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장사도 못하고 소송비용을 대느라 빈털터리가 된 남씨는 단신 거리에 나섰다. 그동안 지하철 3호선 경복궁 역에서 노숙하면서 2차례 구류를 사는 고초도 겪었다.
하지만 외롭지만은 않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서울대법대 학생회 등이 "서민의 권리침해에 눈감은 행정관청과 건축업자에게 유리하게 법해석을 한 법원"을 함께 비판하며 성원해주기 때문이다. 남씨는 "저를 본 대통령께서도 해결방안을 지시했지만 구청은 시세에도 못 미치는 값에 집을 사겠다고 해 거부했다"며 "행정기관과 법의 불합리성을 널리 알리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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