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60일(20일)에 즈음 한국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달 23일의 조사 당시 추이와 거의 차이가 없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 의원,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 무소속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 등을 대상으로 한 5자 구도나 이 전 총리를 뺀 4자 구도 등에서 여전히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가장 높았다. 노 후보와 정 의원이 단일화하는 3자 구도의 결과도 9월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 후보가 노무현 단일후보보다는 앞섰지만 정몽준 단일후보에는 여전히 오차범위 안에서 뒤졌다.■전체 지지도 추이 변화
5자 구도의 경우 이회창 후보가 31.7%에서 32.9%로 1.2%포인트, 노무현 후보가 15.9%에서 17.9%로 2.0%포인트 올랐다. 정몽준 의원은 29.6% 그대로였다. 모름 무응답층이 3.0% 가량 줄었는데 이들의 표가 이, 노 후보쪽으로 옮겨간 셈이다.
이회창―노무현―권영길 3자 대결의 경우 이 후보가 45.8%로 32.5%의 노 후보를 13.3% 포인트 앞섰다. 9월 조사 때의 격차는 10.4% 포인트였다. 반면 이회창―정몽준―권영길 3자 대결에서는 정 의원이 42.3%로 37.8%의 이 후보를 4.5%포인트 차로 따돌려 9월 조사 결과(5.6%포인트 차)와 거의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이회창―정몽준―권영길 3자 구도에서는 5자 구도 때 노 후보 지지층의 56.8%가 정 의원을, 7.1%가 이 후보를, 6.0%가 권 후보를 지지했다. 9월 조사에서는 각각 51.6%, 11.9%, 8.8%의 이동 분포를 나타냈다. 이번 조사에서는 9월 조사에 비해 노 후보 지지층 표가 이 후보보다는 정 의원쪽으로 더 많이 기우는 경향을 보여준다.
현재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정 의원 중심의 4자 연대가 현실화하더라도 아직까지는 각 후보의 지지도 변화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조사와 비교하면 이 후보가 32.3%에서 33.8%, 노 후보가 17.4%에서 18.7%, 정 의원이 29.8%에서 30.5%로 세 후보의 지지도가 조금씩 올랐을 뿐이다.
■지역별 지지도 변화 추이
9월 조사 때와 비교하면 몇몇 지역에서 각 후보의 지지도가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 먼저 이 후보는 인천·경기 지역과 대구·경북 지역에서 10%포인트 가량 지지도가 올랐다. 반면 충청 지역에서는 14.1% 포인트나 내려갔다. 이러한 변화는 충청권 출신의 의원 2명이 한나라당에 입당한 사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두 의원의 입당으로 이회창 대세론이 확산됐고, 이는 이 후보의 주요 지지기반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이 후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충청 지역에서는 의원 빼가기 등으로 비치면서 단기적으로는 이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 의원은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8.3%포인트가 빠졌고, 충청 지역에서도 3.2%포인트 내려갔다. 대신 서울 지역의 지지도가 8.6% 포인트 올랐다. 노 후보는 충청 지역의 지지도가 8.0% 포인트 올랐고, 호남 지역에서는 12.4% 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는 충청 지역에서 이 후보에게서 떨어져 나간 표가 정 의원이 아닌 노 후보쪽으로 흘러 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 의원의 경우 이회창 대세론이 힘을 얻을수록 영남권의 지지도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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