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천한 제가 이런 큰 상을 받다니 부끄럽습니다."충북 음성 꽃동네 인곡자애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장순명(蔣舜明·61·서울 송파구 송파2동) 박사는 '한국판 슈바이쳐'로 불릴만 하다.
그는 33세 때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자 마자 해외 의료봉사단체에 자원해 아내와 딸을 데리고 아프리카로 떠났다. 우간다의 수도 캄필라에서 400㎞ 떨어진 리라병원에서 3년간 진료활동을 펼친 그에게는 열대의 더위와 병마보다는 열악한 병원시설과 부족한 의약품과의 싸움이 더 고통스러웠다. 무지하지만 순박한 주민들을 치료하며 그는 유년시절 동경했던 슈바이쳐와 교감을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귀국 후에도 그의 봉사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일반 병원에 다니긴 했지만 주말마다 빠짐없이 음성 꽃동네를 찾아 인술을 베풀었다.
"지속적인 치료가 안되는 주말 봉사만으론 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이 늘 안타까웠습니다." 결국 그는 1994년 다니던 병원을 그만두고 음성 꽃동네로 들어갔다.
보수라고는 교통비 정도에 불과해 1남3녀의 자녀들을 양육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가족들은 오히려 그를 격려했다.
음성 꽃동네 자애병원에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사망 직전의 환자가 대부분이다. 완쾌되는 환자가 거의 없어 의사로서 회의가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당시 한 환자가 '당신에게 드릴 게 아무것도 없어 대신 감사의 기도를 바친다'는 편지를 건네줬습니다." 그는 이날이 가장 기쁘고 보람된 날이었다고 한다.
"의사로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나눴을 뿐"이라는 장 박사는 "오히려 꽃동네의 많은 환자들에게서 삶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있다"는 말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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