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풀려 다행입니다."한국 쇼트트랙의 1세대 간판스타였던 김기훈(35) 이준호(37)씨. 7월 국내 쇼트트랙의 대부 전명규(39) 전 감독의 사임이후 각각 남녀대표팀을 이끌게 된 두 코치는 20일 춘천 의암빙상장에서 열린 월드컵 1차 시리즈가 모두 끝난 뒤에야 굳었던 얼굴을 활짝 폈다. 10년 이상 트랙의 황태자로 군림했던 이들이지만 대표팀 지도자로서 데뷔전은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감독교체에 따른 우려도 많았고 팀을 맡은 지 3개월밖에 안돼 걱정이 태산 같았다"는 이들에게 데뷔전은 화려한 성공 무대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서 안현수(17·신목고2) 최은경(18·세화여고3)이 각각 4관왕에 오르는 등 남자 5,000m 계주를 제외한 전종목을 휩쓸었다.
리라초등학교 2년 선후배 사이지만 라이벌답게 "11년 현역시절 한 방을 써 본 적이 없다"는 이들은 코치가 된 뒤에야 숙소를 함께 사용하는 등 공생관계를 구축했다. 지도자 경험이 부족한 김기훈 남자팀 코치는 지난해까지 3년간 프랑스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준호 코치에게 수시로 조언을 구한다. "한국 여자선수들의 기량이면 국제대회서 여유있게 우승할 수 있기 때문에 여자팀 코치를 자청했다"는 이 코치는 "성공한 선수도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두 코치 부임 이후 대표팀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스파르타식 훈련과 작전 위주의 레이스 운영으로 세계정상을 지켰던 전명규 전 감독과 달리 "자율적인 훈련으로 경기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 이들의 지도철학. 김 코치는 "스케이팅 위주의 실전훈련과 경기에서 선수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훈련해야 한다"는 이 코치는 선수들과 종종 장난을 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든다. 전명규 전 감독도 "두 코치의 화려한 현역 경험은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들의 바람은 현역시절보다 더욱 원대해보인다. "우린 항상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아무도 한국을 넘보지 못할 만큼 최강의 팀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두 코치의 꿈이다.
/춘천=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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