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개발 시인 파문 이후 처음 열린 20일 제8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북한은 일단 관망 자세를 취했다. 남측은 북측에 핵 개발 계획 폐기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북한은 이날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참석자는 "우리측은 제네바 합의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위반한 것이라는 문제 제기와 폐기 등 납득할만한 조치가 즉각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북한측은 논의를 회피한다기보다 시종일관 경청하는 자세였다"고 전했다.그러나 미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순에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북한은 회담 기간중 어떤 형태로든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부분의 분석이다. 첫 전체회의가 끝난 뒤 김령성 북측 수석 대표는 기자들에게 "쌍방이 6·15 공동선언 정신에 맞춰 협력하자는 의지가 강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일단 '북한의 핵 개발 시인'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북한이 어떤 의도로 미국에 핵 개발 사실을 알렸는지가 회담 기간중 드러나느냐는 것이다.
19일 방한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10월 초 북미협상과정의 일단을 보면 북한의 속셈을 유추할 수 있다. 켈리 차관보는 북한이 핵 폐기를 조건으로 선제공격을 하지 말 것과 체제인정, 평화협정 체결 등을 요구했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에 "유사한 언급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핵 개발 문제를 지렛대 삼아 미국과 일괄타결을 시도했다는 분석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대내적 여건이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 북한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가능한 계산이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이날 논평을 통해 "북한 핵 개발 파문을 대결이 아닌 '대결 청산'의 새로운 시작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미국의 결단만 남았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분석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진의가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다면 북한은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핵문제 해결 가능성을 보이며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미국에 대한 충격요법 이후 남북대화를 통해 보완하는 방식의 단계별 대미 접근방법을 추진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측이 군사 문제는 북미간 현안이라며 핵 문제와 교류협력의 분리를 주장하고 핵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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