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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유해균·발암물질 막는 "腸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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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유해균·발암물질 막는 "腸 파수꾼"

입력
2002.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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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요구르트 종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 할인점 등의 식품매장에 가면 이름조차 생소한 제품마저 수두룩해 어느 것을 사야할지 고민스럽다.유류업체들이 저마다 기능성을 가미한 프리미엄급 제품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올해 유산균 발효유 시장은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업계 조사에 따르면 하루에 판매되는 발효유 제품은 무려 1,500여만개. 국민 10명 당 3명 이상이 하루 1개씩 마시는 셈이다.

인체의 장속에는 100여종에 달하는 세균이 100조마리 이상 살고 있다. 이 중에는 건강에 도움되는 균도 있고 해로운 균도 있다. 유산균은 장에서 터를 잡고 살면서 유해균이 득세하지 못하게 하는 대표적인 유익균이다. 젖당이나 포도당 같은 당류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유산(젖산)을 만들어 장을 산성화함으로써 대장균이나 웰치균 같은 유해균의 발생을 억제하고 암모니아와 발암물질의 생성을 줄여준다.

■소화기 질환에 탁월

유산균은 1858년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에 의해 처음 실체가 밝혀졌으나 본격적인 유산균 연구는 생물학자인 러시아의 일리아 메치니코프가 1908년 장수국 불가리아 지방에서 불가리아유를 연구하다가 '발효유에 의한 불로장생설'을 주장하면서부터다. 그는 이 연구로 제1회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유산균의 종류는 수십 가지가 넘는데, 이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비피더스균이다. 한국인의 장에 가장 많다는 이 유산균은 위산에 강해 장까지 도달하는 비율이 높고 항균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야쿠르트가 1995년 이 균을 이용한 유산균 발효유를 처음 개발했다.

유산균은 설사나 변비 등 소화기 질환으로 생기는 각종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 설사를 할 때 발효유를 섭취하면 유산균이 유해균의 활동을 억제하고 장의 연동운동을 정상적으로 회복시켜 설사를 완화한다. 실제로 덴마크 호비도브르대 어린이병원 비베크 로센펠트 박사팀은 심한 설사 증세를 보이는 생후 6개월에서 3세 사이의 어린이 69명을 대상으로 유산균 효과 실험을 한 결과, 유산균을 먹은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어린이보다 설사가 빨리 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장만 지키는 것으로 알려졌던 유산균이 위까지 보호해 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를 이용한 광고까지 등장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세계 최초로 발견해 배양에 성공한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 병리학자 배리 마샬 박사가 "헬리코박터균을 박멸하기 위해 항생제 치료를 할 때 유산균이나 유산균 발효유를 보조적으로 사용하면 제거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장면이 대표적.

현재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으며 한국과 일본 성인의 감염률은 75%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 동안 국제학회에 보고된 연구결과를 보면 십이지장궤양 환자의 95%, 위궤양 환자의 80%가 이 균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유해성 때문에 94년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기관은 헬리코박터균을 '확실한 발암인자'로 규정했다.

■정장작용을 넘어 항암 효과까지

암세포는 세포를 조정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 돌연변이 세포가 발암촉진물질에 자극을 받아 변형된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임상영양실 김진옥 실장은 "유산균은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거나 돌연변이 세포에 발암촉진물질이 접근하는 것을 막아줘 대장암 예방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항암작용을 주장하는 연구결과도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위암 억제 효과. 요구르트 속의 단백질이 위점막을 보호해 발암물질의 공격으로부터 위를 보호해 준다는 것이다. 또 변비가 유방암 발생의 위험 인자이므로 유방암을 예방하려면 유산균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 신슈우대학 아키유시 호소노 교수는 유산균이 인체의 면역력을 향상시켜 암세포를 퇴치하는 인터페론이라는 물질을 늘려, 몸 속에서 암세포를 죽이는 NK세포(자연사 세포)를 활성화하는 작용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요구르트 Q&A

▶요구르트를 얼려서 먹어도 되나

얼려도 유산균 효과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유산균은 5도 이하에서는 가사 상태이며, 37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그러나 60도를 넘으면 대부분 죽는다. 요구르트를 냉동하면 유산균이 일시적으로 잠들었다가 녹으면 다시 활동한다. 그러나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면 유산균이 파괴될 수 있다.

▶하루에 몇 병이나 마시는 게 좋은가

몇 병을 마셔도 관계없다. 유산균의 수를 기준으로 하면 하루 10억∼100억마리 정도의 유산균을 섭취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꺼번에 여러 병을 마시는 것보다 매일 한 병씩 마시는 게 좋다. 설사나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은 일주일 정도 꾸준히 마시면 효과가 나타난다.

▶빈 속에 마시면 유산균이 다 죽는가

식전, 식후 상관없이 언제 마셔도 좋다. 밥을 먹지않고 요구르트만 마셨을 때와 식사와 같이 섭취했을 때의 유산균 생존율을 비교한 결과, 별 차이가 없었다. 공복에 먹어도 효과가 있다.

▶충치가 생긴다는데

과거에는 유산균이 산(酸)을 생성하기 때문에 충치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유산균은 인간의 치아에 붙지 못하기 때문에 충치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 다만 요구르트를 제조할 때 사용되는 설탕 등 당류에 의해 충치가 유발될 가능성은 있다.

▶임산부가 요구르트를 마셔도 되나

요구르트의 주 성분이 우유이기 때문에 임산부가 마셔도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영양적 측면에서 아주 훌륭한 식품이므로 임산부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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