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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집회장소 1년이상씩 "장기 예약"/대가 받고 "임대"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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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집회장소 1년이상씩 "장기 예약"/대가 받고 "임대" 하기도

입력
2002.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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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만 하게 해 준다면 술 접대는 물론, 돈도 드릴게요." 국가보안법 개폐반대를 명분으로 올초부터 연말까지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의 집회신고를 미리 해놓은 민주참여 네티즌연대 신혜식(申惠植) 대표는 요즘 '상전' 대접을 받고 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상대로 자신의 주장을 제기하려는 각종 단체 대표들이 하루 4∼5건씩 전화를 걸어 신씨에게 '1일 집회 취하서'를 부탁해오기 때문이다.

당사 앞의 평온함을 바라는 한나라당측도 "대규모 인원이 참가하거나,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경우는 요구를 들어주지 말 것"을 신신당부한다. 신씨는 "지난 해 회원 3,000여명이 집회를 하려다 민주노총의 장소선점으로 무산된 것이 계기가 돼 1년치 집회신고를 해버렸다"며 "그래도 오전, 오후로 하루 2개 단체가 집회하도록 도와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태

현행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찰은 48시간 전에 신고한 단체 1곳에만 선착순으로 허가해주도록 돼있다. 따라서 한 단체가 미리 집회허가를 받아놓은 장소에서 다른 단체가 집회를 하기 위해서는 선점한 단체로부터 '집회 취하서'를 받아 제출해야만 집회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목 좋은 집회장소는 주변상가나 관련단체들이 빈발하는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미리 장기임대 형식으로 '찜'해 놓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내 대표적 집회명소로 꼽혀온 여의도 공원 한나라당사 앞 미8군 5번 게이트 앞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을지로 훈련원공원 등이 요즘 잠잠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여의도공원은 자전거·인라인스케이트 대여업자들이 2004년 7월까지, 을지로 훈련원공원은 주변 상가에서 연말까지 집회신고를 해 둔 상태다.

■문제점과 대안

이런 현상 때문에 경찰청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전국에서 신고된 집회 5,600여건 중 무려 84%가 열리지 않았다. 특히 서울, 대구의 경우는 이 기간 신고 집회의 7%만 열렸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양보요청에 반국가적·폭력적 집회라며 거절하는 단체들을 보면 경찰보다 더 얄밉다"고 불평했다. 경찰 관계자는 "심지어 집회취소를 대가로 금품을 받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박점규(朴占圭) 조직부장은 "당국이 이런 기형적 현상을 방관할 게 아니라 집회신고를 해 놓고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 공정한 집회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원수기자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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