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가을에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중 독서와 등산도 빠지지 않겠지요. 오죽하면 독서의 계절이라 했겠습니까. 산을 빨갛고 노랗게 물들인 단풍은 또 얼마나 매력적입니까.그런데 기자는 독서와 등산을 생각하면서 한 출판사를 떠올립니다. 수문출판사입니다. 시종 일관 산과 숲, 그리고 자연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서와 등산을 동시에 추구하는 출판사이지요.
이 출판사에서 나온 명작은 한 둘이 아닙니다. ‘14번째 하늘에서’는 히말라야의 8,000㎙ 이상 고봉 14개를 완등한 폴란드 산악인 예지 쿠크츠카의 일대기입니다. 영국 산악인 스나이스의 산악 에세이 ‘산의 환상’도 유명합니다. 알프스 아이거북벽에서 숨진 동료를 대신해 1년 후 그곳을 기어코 완등한 정광식의 ‘영광의 북벽’ 그리고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백두대간을 겨울에 단독등반한 남난희의 ‘하얀 능선에 서면’ 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책들은 산악계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올들어서는 이성부시인의 ‘산길’, 전영우 국민대 교수의 ‘숲과 시민사회’, 60대 후반 한호진씨의 백두대간 종주기 ‘흰머리 큰 줄기’를 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책으로 얼마나 돈을 벌었을까요. 안타깝게도 1988년 설립 이후 수문출판사는 단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답니다. 그 바람에 출판사 사장 이수용(58)씨는 아파트도 날리고 땅도 팔아야 했습니다.
그는 원래 가구를 판매해 제법 돈을 모았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좀 더 창조적이고 진취적인 일을 하자며 출판에 뛰어들었습니다. 산을 좋아했고 자연을 좋아했기에 출판사는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방향을 잡았습니다. 환경단체 우이령보존회의 부회장으로도 활동하는 이수용씨는 “산, 자연 책 출판은 원래부터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만 까먹고 있습니다. 사실 화려한 표지와 컬러사진으로 뒤덮인 다른 출판사 책과 비교할 때 요즘 수문출판사의 책은 너무 초라해 보입니다. 돈이 없다 보니 이사장 혼자서 기획, 편집을 다 하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뚜렷합니다. 산악 책이 마니아층은 있어도 폭 넓은 독자는 없습니다. 그래서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더 안타깝습니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앞으로도 산악과 자연 관련 책을 계속 내겠다고 합니다. 출판도 비즈니스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점에서 수문출판사는 분명 특이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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