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분사해 한때 삼성출신의 벤처신화 모델로 부상했던 디지털 음성 녹음기(보이스펜) 제조업체 심스밸리가 최종 부도처리돼 코스닥에서 퇴출됐다.특히 삼성전자와 공동 마케팅 등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초기 창업자들이 고가에 지분을 모두 처분한 이후, 회사를 인수한 측이 회사 돈을 빼돌리고 고의 부도를 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코스닥위원회는 18일 심스밸리가 16일 어음 2억4,000만원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낸데 이어 17일 추가로 돌아온 4,000만원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 됨에 따라 '부도즉시 퇴출' 규정에 따라 등록취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심스밸리는 1998년 11월 삼성전자 연구소와 상품기획센터의 보이스펜 개발팀이 분사해 설립한 벤처기업으로, 모기업인 삼성전자와 손잡고 보이스펜을 개발, 삼성 브랜드로 공동 판매와 마케팅을 해왔다. 작년 2월까지만 해도 주가가 2만6,000원을 넘었으나 최근 500원대로 폭락했다.
삼성전자 출신인 심윤태 사장 등 초기 설립자들은 지난해 주가가 2만원을 넘었을 때 지분을 모두 팔아치웠으며 이후 심스밸리는 5차례나 최대주주와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경영난을 겪어왔다. 올 상반기 회계 감사에서는 '의견 거절'판정을 받았으며 올 8월 회사를 인수한 지알엔홀딩스가 회사돈 90억원을 인출해 물의를 빚었다.
심스밸리는 이 달초 공시에서 현금자산 103억원, 해외 정기예금 23억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고도, 이번에 어음 2억여원을 막지 못해 부도를 낸 점 등으로 미뤄 시장에서는 '회사 재산을 빼돌린 후 껍데기만 남은 기업을 의도적으로 정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사채를 동원해 회사를 인수하고 현금성 자산을 모두 빼돌렸다"며 "지알엔홀딩스가 인수한 코스닥 텔넷아이티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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