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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개발 계획' 충격/럼스펠드 발언 계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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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개발 계획' 충격/럼스펠드 발언 계기 주목

입력
2002.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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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농축 우라늄 개발 프로그램의 폐기가 초미의 안보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북한 핵무기 보유 현황에 관한 새로운 견해를 밝혔다. 북한의 '소수' (a small number)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그의 발언이 공식입장으로 굳어진다면 향후 미국은 핵 프로그램 폐기와 함께 이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으로 보여 만만치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럼스펠드 장관은 17일 "나는 북한이 소수의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나의 발언은 정보기관의 판단과는 별개"라고 뒷문을 열어 두었다.

사견임을 전제한데서 읽을 수 있듯 그의 발언은 미국의 공식 입장에서 비켜나 있다. 공식 창구인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 정부는 북한이 1∼2개의 핵무기를 만드는 데 충분한 물질과 플루토늄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고 환기시켰다. 공식 입장에서는 핵무기가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 미 당국자들 사이에서 플루토늄은 핵무기와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올 3월 로버트 월폴 미 중앙정보국(CIA) 전략 핵 프로그램 담당관이 "1990년대 중반 북한이 한 개 또는 두 개의 핵무기를 생산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럼스펠드가 모호한 공식 표현을 접어둔 채 한두 개는 물론 그 이상의 규모로도 해석될 수 있는 '소수'라는 포괄적 표현을 사용하고, 그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보도들이 잇따르는 정황이 예사롭지 않다. 영국 BBC 방송은 "북한이 20㎏급 핵무기 3기를 제조할 만한 플루토늄을 확보했다는 게 미 과학자 연맹(FAS)의 평가"라고 전했고,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미 당국자가 처음으로 북한이 플루토늄으로 만든 2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특히 관측통들은 지난달 17일 미 하원에서 "북한이 거의 핵무기를 보유한 단계"라고 표현했던 럼스펠드가 북한의 계획을 확인한 뒤 발언 수위를 높인 점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한 관측통은 "북한이 7, 8월께 농축 실험을 한 정황이 있음을 참작해 농축 우라늄 핵무기 보유 가능성도 열어둔 듯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실험 수준에 불과한 현 단계에서 농축 우라늄 핵 보유를 사실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본다.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은 "럼스펠드 장관이 언급한 소수의 핵무기는 1994년 이전에 추출한 플루토늄으로 제조한 핵무기를 지칭하는 것"이라며 "그의 발언은 북한이 2개 이상의 핵무기를 확보했을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북한 핵 현황에 대해 '한두 개'식으로 모호하게 표현해 왔던 미국이 이번 럼스펠드 발언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게 한다. 이 변화는 북한 핵 위협에 대한 강조라는 측면보다는 향후 추진될 북미 간 안보현안의 일괄 타결에 대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즉 미국이 핵 프로그램 폐기를 다루면서 핵무기 보유 문제를 북한에 적극 제기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보다 더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2,500∼5,000톤에 이르는 화학무기, 1∼2 종류의 생물무기를 지칭하는 것으로 주로 해석하면서도 원폭의 파괴력을 넘어서는 열핵(수소)폭탄 개발 의혹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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