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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철 시집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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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철 시집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

입력
2002.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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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철(47·사진)씨가 세번째 시집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창작과비평사 발행)를 펴냈다. 10년 만이다.전북 군산에서 태어난 그가 군산의 도선장(渡船場) 불빛을 노래한 시의 한 구절을 제목으로 삼은 것은 천진한 듯 보인다. 그의 시는 이렇게 솔직하다. '꼭 한번 손을 잡았던 여인/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 뜨거운 날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할 수 없는 곳을 통과하는 뻘물은 오늘도 서해로 흘러들고/ 건너편 장항의 불빛은 작은 품을 열어 안아주고 있다'('도선장 불빛 아래')

몇 겹의 언어로 씌워 놓았음에도 시인의 노래는 투명하게 보인다. '어물전 앞에서 세상을 향해 배꼽 내놓은/ 고등어 꽁치 생태'와 '모가지가 잘렸어도 가부좌로 태평한 닭의 종아리'가 늘어선 아현시장에서 즐거워하고, 명동 계란말이집에서 '비법을 알 수 없는 도톰한 계란말이처럼' 시가 다가온다. 그것은 몸의 순결한 체험의 현장이다. 그래서 시인 김정환씨는 강씨의 이 시집을 두고 "옛날과 현재 사랑의 노동의, 중첩으로서 삶의 따스한 응축에 이른다"고 말한다.

강씨는 "누군가 이 시집을 읽고 작은 웃음 한쪽이라도 거둘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고 했다. 그는 맨바닥에서 활기와 웃음을 쓸어모아 시의 집을 짓는다. 감옥에 갇힌 선배 문인 황석영씨를 찾아갔을 때도 그 웃음이 동행했다. '형을 면회할 때면/ 내가 형을 만난 것인지/ 형이 저를 만나러 오신 것인지/ 자꾸 헷갈려 웃음이 나옵니다'( '착각- 황석영 님께').

활력의 힘은 세다. 하수구 구멍으로 숭숭 뚫리고 철근 콘크리트 기둥이 척추에 박힌 도림천에 내린 봄비가 시인의 눈으로 걸러지면 생명수가 된다. '천변 옆 쑥잎 위에 괸 이슬/ 함께 받아 마시면서 신나면서/ 도림천, 그 배 가른 간고등어// 꽉 차// 살아서 간다('도림천변에서')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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