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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곡에 뜨는 별/가난한 달동네… "희망 잃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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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곡에 뜨는 별/가난한 달동네… "희망 잃지 않아요"

입력
2002.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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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찬석 글·정석원 그림 문공사 발행·7,500원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7동 101번지,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난곡. 2001년 10월 재개발 시행 인가가 난 이곳에는 몇 년 뒤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다닥다닥 붙어 있던 8평의 시멘트 집들이 하나 둘 무너져 가고, 2,500가구 중 아직껏 새 보금자리를 찾지 못한 200가구만이 안간힘을 다해 난곡을 지키고 있다.

'난곡에 뜨는 별'은 잊혀져 가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난곡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이다. 가난하지만 정이 넘쳐 흐르는 난곡 사람들을 주인공 난희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이른 아침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선 난희는 방문을 열고 튀어나가 30m 정도 떨어진 공동화장실로 달려간다. 그런데 그만 같은 반 친구 영도를 만나고 말았다.

"난희야, 우린 아무래도 찰떡 친구인가 봐. 학교에서 만나고 동네에서도 만나고, 그것도 모자라 화장실 앞에서 또 만나잖아."

아침부터 영도의 짓궂은 장난으로 화가 치밀지만 밉지는 않다. 하늘 아래 첫 동네 난곡은 가난하지만 정이 넘쳐 콩 한 쪽도 나눠 먹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느날 인근 아파트촌에 사는 같은 반 민서네 집에 찾아간 난희는 화려한 민서네 가족 사진을 보고서 주눅이 든다. 난희의 아빠는 포장마차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엄마는 두 해 전 집을 나갔기 때문이다.

철거를 앞두고 동네가 술렁이던 날, 난희 가족에게 불행이 닥친다. 난곡 사람들을 겁주려던 폭력배 오씨 아저씨가 아버지의 포장마차에 불을 지른 것. 불을 끄러 달려간 아버지는 시력을 잃게 되고, 설상가상 백혈병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러나 스러져가는 달동네 난곡에도 희망은 있다. 긴 홍수상태에서 깨어난 아버지를 위해 동네사람들은 성금을 모으고 골수도 기증한다. 난희는 반드시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처럼 난곡에도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작가는 실제로 난곡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책 속에 등장시키고 있다. 주인공 난희와 영도는 낙골 공부방에 나오는 아이들이 모델이 되었고, 일일이 독거노인들의 집을 방문하며 간단한 가전제품을 무료로 고쳐주거나 온갖 잔심부름을 도맡아 해주는 서가이버 아저씨는 명문대학 출신의 자원봉사자로 '곽가이버'라 불리는 곽충근씨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난곡 마을과 그곳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기 위해 1년 넘게 난곡을 드나든 작가의 노력으로 난곡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드러난다. 작가가 난곡을 찍은 사진들도 그곳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 한 몫 거들고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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