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개발 시인은 미 국무부의 지적대로 1994년 북미 제네바 핵 합의, 핵확산금지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협정, 91년 남북 비핵화공동선언을 위반한 것이다.북한은 또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북일 정상회담에서 밝힌 '국제적 합의 준수' 약속마저 저버렸다.
북한의 핵 개발 계획은 특히 냉전 이후 한반도 핵 질서의 기본틀로 여겨져 온 제네바 합의를 어겼다는 점에서 심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93년 NPT 탈퇴를 선언한 뒤 전면전 직전의 상황에서 94년 10월21일 체결한 이 합의는 한반도 비핵화, 북한의 핵 동결을 못박았다. 그 대가로 미국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통해 북한 신포에 100메가W급 경수로 2기를 건설하고 있고 매년 50만톤의 중유를 제공해 왔다.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 개발을 인정했다. 이는 제네바 합의가 구체적으로 명시한 영변 원자로 등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 개발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핵 동결 의무가 해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사태로 북측이 그 동안 동결했다고 주장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거부해온 '과거 핵'에 대한 의혹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제네바 합의는 경수로 건설 완공 시한인 2003년이 다가오면서 위태로운 상태에 있었다.
부시 미 행정부는 제네바 합의의 재검토 가능성을 공공연히 언급하면서 즉각적인 핵 사찰을 요구했고, 북한은 경수로 건설 완공이 2008년 이후로 늦춰진 데 따른 전력 보상 요구로 맞섰다. 북한은 지금껏 줄곧 핵 개발 및 보유 사실을 부인하면서 핵 사찰은 내정간섭이자 대북 압력의 구실이어서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북한의 핵 개발 시인으로 기초가 흔들린 제네바 합의는 북한이 새로 인정한 핵 시설을 제거하고 기존 핵 의혹 시설에 대한 IAEA의 사찰을 수용하지 않는 한 폐기될 운명에 놓여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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