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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華商과 韓商

입력
2002.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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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은 미국 내 소수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상층부에 포진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드러진 존재다.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미국이지만, 그 미국은 유대인이 움직인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미국에 사는 유대계의 수는 600만 명으로 이스라엘 인구의 두 배에 이른다. 뉴욕 주에만 250만 명의 유대인이 모여 산다. 유권자 8명 중 1명 꼴로 유대인이니 뉴욕 시장이나 시의회가 눈치를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중동 분쟁에서 미국이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취하도록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정치인을 후원·양성하는 것도 이들이다.국제연합(UN)을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세계은행(IBRD) 등 국제 금융계도 유대인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대인 못지않게 세계 경제계에서 무시 못할 존재가 화상(華商)이다. 중국인이라는 혈맥을 매개로 한 화상 네트워크는 전세계 오지까지 빠짐 없이 연결돼 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화교는 대략 6,000만 명으로 이들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만 줄잡아 3,000억 달러(360조원)에 달한다. 중국 본토의 11억 인구와 같은 언어와 문화로 연결된 '차이니즈커넥션'은 세계경제에서 그 실체를 인정 받고 있는 거대 경제 집단이다. 중국은 이들을 국가자산으로 간주해 경제 동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 중국 난징(南京)에서 열린 제 6차 화상대회에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가참석, " 화교들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성공 개최 등 새 중국 건설에 중추적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들의 영향력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유대인 파워와 중국의 화상 커넥션에서 볼 수 있듯 탄탄한 네트워크가 힘을 발휘하는 시대다. 민족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경제 네트워크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무시 못할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와 해외의 동포기업을 연결해 경제통합을 꾀하고, 해외 동포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는 한민족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 140여 나라에 흩어져 있는 600만 재외동포를 한상(韓商)으로 엮어 글로벌 경쟁시대의 첨병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지난 주 재외동포재단(이사장 권병현 전 중국대사)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제1차 한상대회의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참가한 26개국 동포기업인 800여명 중 현지 각 분야에서 5위에 드는 정상급 최고경영자(CEO)가 30명이나 됐다. 뜨거운 참여 열기는 그 동안 동포 기업인들이 얼마나 고국과의 연대에 목말라 했는지를 알게 해준다. 아울러 우리의 재외동포 정책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동포 기업인들은 대회 기간에 KOTRA가 주관하는 수출상담회의에 참석, 국내 1,000여 기업들과 1억불이상의 수출상담을 했다. 미국의 한 동포 기업가는 경기 평택시에 3,500만 불을 투자해 21세기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리퀴드 메탈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기로 약속했다. 이 공장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다.

화상 네트워크가 급속히 커나갈 수 있었던 것은 화교 특유의 강한 유대감에 중국 정부의 강력하고도 꾸준한 지원이 가미됐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 투자한 자본의 70%는 화교 자본이다. 세계 정보기술(IT)산업의 신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상하이(上海)산업단지도 재미 중국인의 투자로 시작됐다. 결국 한상 네트워크의 성패도 정부의 지원과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어느 정도 뒤따르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정부는 국내외 중소기업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소규모 자본을 집중해 국내 투자를 적극 유도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세제혜택 등의 적극적인 유인책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인이라는 구슬은 세계 도처에 널려 있다. 이를 꿰어 보배로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몫이다.

이 창 민 논설위원 cm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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