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북한이 핵 개발계획을 시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시민들은 "또다시 뒤통수를 맞은 것이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특히 탈북자들은 "이미 예고된 사태"라는 단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 시민단체들은 사태 추이를 좀더 지켜보며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탈북자
북한 원자력공업부 남천화학 연합기업소 우라늄폐수처리직장에서 일하다 1994년 탈북한 김대호(金大虎·43)씨는 "공장 내 상사들이나 동료들 모두 핵무기 개발 추진을 당연시 여겼으며, 어디 어디에서 핵실험도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80년대 후반부터 당국이 우라늄 증산을 독려, 모두들 핵무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짐작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그러나 이번에 문제된 우라늄 농축시설 구비여부에 대해서는 "옆 공장의 공정조차도 다른 부서 사람들이 알 수 없게끔 핵개발과정을 극비에 붙이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94년 북한 핵사찰을 둘러싼 한반도 전쟁위기 당시 북한 인민군 대위로 근무했던 탈북자동지회 김성민(金聖玟) 사무국장도 "당시 북한 군내부는 핵무기가 이미 개발된 것을 당연시하면서 미군이 들어오면 전쟁도 불사한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그러나 "북한이 실제 핵무기를 보유했는지는 없어도 있다고 하고, 있어도 없다고 하는 북한의 외교전술로 보아 하나의 카드일 수도 있다"며 신중한 판단을 당부했다.
■시민
시민들은 남북 화해무드가 달아올랐던 부산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며칠도 되지 않아 터져 나온 뉴스에 크게 당황해하는 분위기였다. 회사원 서형욱(徐亨郁·33)씨는 "아시안게임 때 대규모 선수단과 응원단까지 보내며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려는 노력을 보였던 북한이 뒤로는 핵개발을 하고 있다니 믿기 어렵다"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남북화해무드에 한창 들떴던 동해안 주민들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함형구(咸炯仇) 고성군수는 "철도와 육로 연결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데 이번 파문으로 혹시 찬물이 끼얹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고계현(高桂鉉) 경실련 정책실장은 "이번 미국의 발표내용에 혹시 미국의 북한에 대한 기존 인식이 반영됐을 여지가 있는 만큼 북한측의 반응이나 입장발표를 기다려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김창수(金昌洙) 정책실장은 "우선 북한이 핵개발을 시인했는지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며 "만일 그랬을 경우에도 남북 화해협력 분위기가 위축되지 않도록 냉정하게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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