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2사후 롯데 박정태가 아웃되는 순간 삼성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승리를 자축했고 경기 내내 좌불안석이었던 김응용 감독의 얼굴에도 비로소 웃음이 번졌다. 삼성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짓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삼성은 17일 부산에서 열린 2002 프로야구 정규리그에서 롯데를 8―3으로 꺾고 2위 기아와의 승차를 2.5경기 차로 유지 잔여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2년 연속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삼성은 이로써 1982년 프로야구 출범이후 8번째 한국시리즈 진출티켓을 거머쥐었고 팀 창단이후 한번도 오르지 못했던 한국시리즈 정상에 재도전하게 됐다.
롯데가 기선을 제압했다. 3회말 선두타자 조성환을 시작으로 3연속 안타를 터뜨려 2―0으로 앞서나갔다. 롯데 선발 김영수의 구위에 눌려 3회까지 1안타의 빈공을 보이던 삼성은 4회초 1사후 브리또의 안타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김한수가 김영수로부터 120m짜리 중월 투런홈런을 뺏어내며 단숨에 동점을 만들었다. 삼성은 5회에도 강동우의 2루타, 박한이의 3루타, 이승엽의 내야땅볼로 2점을 추가, 역전에 성공했고 6회에도 1점을 보태 승기를 잡았다.
삼성 이승엽은 5회 1타점을 보태 124타점으로 1999년 자신이 세웠던 한 시즌 최다타점(123타점)기록을 경신했다.
광주구장서 열린 한화와 기아의 경기에서는 기아가 선발 키퍼의 호투와 펨퍼튼의 3점포를 앞세워 한화를 7―4로 꺾었다. 기아 선발 키퍼는 19승으로 송진우(한화·18승)를 제치고 다승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 우승 원동력
삼성이 2년 연속 정규리그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상·하위가 고른 타선, '원투펀치' 임창용―엘비라를 앞세운 탄탄한 마운드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승부사 김응용 감독의 용병술을 가장 큰 원동력으로 꼽는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올 시즌에야 삼성이 '김응용 야구'에 적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과감한 승부수, 한발 앞서가는 투수기용, 개인보다 팀을 우선하는 작전 등 독특한 용병술로 유명하다. 15일 기아전에서 제1선발 임창용을 5회초 투입, 공격의 물꼬를 트지 못한 기아 타선을 잠재운 것도 김응용식 용병술이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작전이었다.
8개 구단 중 최고를 자랑하는 공격력도 2년 연속 1위에 오르는 힘이 됐다. 이승엽과 마해영을 쌍두마차로 내세운 타선은 팀 타율을 비롯해 안타, 홈런 등 공격 7개 부문서 1위에 올라있다. 특히 타선의 핵 이승엽은 홈런(46개)을 비롯해 타점 득점 출루율 장타율 등에서 선두를 달리며 공격의 선봉장 노릇을 제대로 해냈다.
게다가 시즌 초반 한때 흔들렸던 마운드가 5월 용병 엘비라를 긴급 수혈한 이후 안정을 찾은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의 제1, 2선발 임창용과 엘비라는 각각 17승(다승 3위), 13승(다승 7위)을 거두며 승수 쌓기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두번 실패는 없다"/지난해 KS 패배 수모 김감독 명예회복 다짐
삼성 김응용(63·사진) 감독이 올 시즌 야구인생을 건 승부를 벌인다.
해태 시절 9차례 진출한 한국시리즈를 모두 우승으로 이끌었던 김응용 감독에게 지난 해는 자신의 지도력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프로야구 출범 원년멤버 6개팀 중 유일하게 한국시리즈정상을 밟지 못한 삼성을 우승시켜야 하는 절대 목표가 그 앞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후배인 김인식 두산 감독에게 패배, 야구인생의 최대고비를 맞았다. 감독의 역량보다 선동열 조계현 이종범 한대화 김성한 등 불세출의 스타들 덕택에 해태가 한국시리즈에서 전승했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하지만 삼성을 2년 연속 정규리그 1위에 등극시킨 김 감독은 올 한국시리즈 제패로 자신의 지도력을 각인시키겠다는 각오다.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조련시켜 2년 만에 삼성을 상승의 팀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삼성은 전반기를 악전고투 끝에 3위로 마쳤지만 9월초 1위로 올라선 이후 선두를 빼앗기지 않으며 단독선두를 지켰다. 전력상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17일 롯데를 꺾고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직행을 이룬 김응용 감독은 "한 때 7연패를 당하는 등 어려운 시기도 있었는데 선수들이 고비를 잘 넘겨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며 "이승엽, 김한수 등이 제 몫을 해준 것이 정규리그 1위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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