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시안게임을 지켜보면서 한국축구는 아직 불안정한 궤도에 머물고 있다는 현실을 새삼 깨달았다. 물론 이란과의 4강전은 골대만 3번 맞히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또 스포츠 세계에서는 강팀이 약팀에 지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생긴다.그러나 월드컵 4강에 빛나는 한국이 비교적 약체를 상대로 고전한다는 건 운이나 승부의 의외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기본기가 부족해 결과가 들쭉날쭉하다는 게 정확한 진단이다. 거스 히딩크라는 명장의 눈부신 조련과 국민 성원, 다소의 운이 4강의 결실을 맺었지만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갖췄다고 내세울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본기의 중요성은 종목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느끼게 마련이다. 2000년 봄 골프채를 처음 잡아본 나는 남보다 조금 나은 운동신경 덕에 가끔 싱글을 친다. 하지만 레슨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다 연습도 건너뛰기 일쑤여서 90대 후반의 스코어도 다반사다. 체계적 훈련을 쌓았다면 이처럼 기복이 심하지는 않을 터인데 이제 와 기본기를 닦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운동은 어려서부터, 성인이라면 시작할 때부터 기본기를 착실히 다져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축구의 기본기도 그리 단순치 않다. 슈팅과 볼 컨트롤, 어시스트, 태클, 몸싸움, 경기를 읽는 시야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동국을 예로 들면 위치선정은 뛰어나지만 볼 컨트롤과 감각적인 슈팅 능력이 떨어져 찬스를 자주 놓친다. 다양한 기본기를 자연스레 몸에 배게 하는 기초교육이 소홀했던 결과다.
아시안게임 성적을 둘러싸고 박항서 감독의 거취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한다. 2004 아테네올림픽이 기다리고 있는 우리에게 안정된 코칭스태프 구축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한때 올림픽과 성인대표팀 감독을 겸한 나의 경험에 비춰볼 때 둘의 당면 목표가 다른 만큼 분리 운영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특히 올림픽의 경우 당장의 쓰임새보다는 앞날을 내다보는 선수 선발이 중요하기 때문에 20세 전후의 선수들을 눈여겨 봐야 한다. 박항서 감독이든 제3의 인물이든 코칭스태프가 하루빨리 자리를 잡고 팀워크를 다져야 다양한 전술 전략으로 기본기 부족을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허정무 전 대표팀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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