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요리의 기본은 소스입니다. 뿌와송 퓌메는 생선으로 만드는 육수인데, 이때 사용하는 생선은 가자미나 생태 등 흰살 생선을 써야 합니다. 소스를 만들 때 흰살 생선에 어울리는 백포도주를 넣어주면 더 좋구요." 최근 숙명여대 사회교육원에 개원한 프랑스 요리학교 르 꼬르동블루 한국분원의 수업시간. 고등학생에서 40대 직장 남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강생들이 현지에서 파견된 프랑스인 조리장의 능숙한 손길을 따라잡기에 여념이 없다. '뿌아송'(생선), '퐁드보'(송아지육수), '빠뜨'(밀가루반죽) 등 생소한 불어 단어에도 이제 익숙해졌다.
107년 전통의 르 꼬르동블루는 미국의 CIA와 함께 세계 최고로 꼽히는 요리학교다. 숙명여대와 손잡고 문을 연 한국분원은 파리 본교의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해 운영, 개원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정통 프랑스요리 코스와 제과, 제빵 등 3개 코스를 모두 프랑스인 조리장이 진행한다.
수강생 가운데는 요리수업에서 프랑스어까지 함께 배우는 실속파도 있다. 한국인 보조 조리장이 통역을 해 주지만 프랑스어를 전공한 사람들은 원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더욱 반갑다. 초·중·상·고급 등 4단계로, 1년 코스인 이 학교는 수강료가 강좌당 500만∼600만원이나 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요리사로서의 보증서에 해당하는 명성을 얻는 것은 물론 정통 프랑스요리를 통해 프랑스어와 유럽문화를 체험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방송인 전유성씨의 부인인 진미령씨가 이 과정에 등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요리가 고급 취미활동으로 자리를 굳히면서 요리학원들이 조리사자격증 취득과 함께 언어, 상차림, 매너, 이국문화를 함께 배우는 종합 문화체험장으로 바뀌고 있다. 1년 과정의 이면희중국요리학원은 중국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압구정동의 라퀴진요리학원은 수업을 통해 교육과 즐거움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를 지향한다. 인기 레스토랑의 유명 조리장을 초빙, 최근 요리의 트렌드를 배우는 한편 건강식 개념의 '헬시푸드' '스파푸드' 메뉴들을 만들기도 한다. 요리가 완성되면 주방옆 레스토랑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 식탁 중앙을 꽃과 초로 장식하고 은은한 음악을 들으며 나누는 식사 대화의 주제는 요리와 문화. 자격증반이 아니라 고급취미반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일종의 문화체험교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화여대 산하 협력기관인 '푸드&컬쳐'도 요리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테이블세팅, 식사매너까지 포함해 음식문화 전반을 가르치고 있다. 푸드스타일은 물론, 음식 광고사진 찍는 법, 완성된 스테이크를 접시에 담는 방법, 외국 요리책을 읽는 방법 등 수업내용도 다양하다.
요리학원이 동호인이나 가족간의 유대를 굳히는 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한솔요리학원은 통신 요리동호회 '다음'이나 '메뉴판'과 연계해 정기적으로 요리수업을 진행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진행되는 수업에는 30∼50명의 동호인 멤버들이 직접 참가해 자신만의 맛을 만들어낸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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