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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오직 후세인"/국민투표 100% 지지로 7년 임기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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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오직 후세인"/국민투표 100% 지지로 7년 임기 연장

입력
2002.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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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국민들이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7년 임기 연장을 결정하는 국민투표에서 100%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이자트 이브라힘 이라크 혁명평의회 부의장은 16일 "신의 가호로 전체 유권자 1,144만5,638명 모두가 연임에 찬성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1995년의 임기 연장 투표 지지율 99.96%를 상회하는 것이다.

서방 언론들은 투표 과정에서 드러난 이라크 국민의 민심은 이라크 전쟁 후 친(親)서방 정권을 수립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현실적인지에 대해 깊은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표 결과의 의미

대외적으로 후세인은 자신을 축출하려는 미국을 향해 집권 기반이 더욱 탄탄해졌음을 과시할 수 있게 됐다.

100%라는 지지율은 "한 방의 총알이 전쟁보다 경제적"이라며 반(反)후세인 쿠데타를 부추기던 미국을 무색케 할 수 있다. 대내적으로도 최근 혁명수비대 등 핵심 권력 조직 책임자들을 친위세력으로 물갈이한 후세인의 권력이 더욱 공고해졌음을 의미한다.

관측통들은 경이적인 100% 찬성의 배경으로 전쟁 위기 상황 걸프전 이후 10년간 진행된 반후세인 세력 숙청작업 등을 꼽고 "선거 결과는 후세인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미국의 부당한 내정간섭과 군사적 모험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23년간 권력을 유지해 온 후세인의 카리스마와 인기가 결코 허상만은 아니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후세인은 앞으로 고향인 티그리트 출신을 더욱 중용하는 등 권력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대미 대결 외교노선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이라크 민심은

그러나 100%라는 지지율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곤란할 것 같다. 3,000여 명의 외국인 참관단은 이라크 당국이 유권자를 강제로 투표장으로 내모는가 하면 감시단 참관도 불허했다면서 투표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방 언론들도 선거 결과가 2,200만 이라크 국민 전체의 진정한 민심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뉴욕 타임스는 "바그다드 시민들은 서방 기자들에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진짜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킬 것인가라고 묻는다"며 "이는 미국이 걸프전 당시 바그다드로 진격하지 않아 후세인에 반대했던 이라크 남부 이슬람 시아파 주민과 북부 쿠르드족에 깊은 좌절감을 심어준 것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밑바닥의 반후세인 정서를 무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 신문은 특히 이라크 국민들은 다가올 전쟁이 걸프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낳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반후세인 정서가 강하더라도 이라크 전쟁 후 친미 정권 수립을 기대기는 아직 무리다. 바그다드의 한 시민은 "우리의 지도자는 우리가 결정한다"며 "무고한 시민을 살상하는 미국이 공포 없는 세상을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고 주장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후세인은 누구

사담 후세인(65) 이라크 대통령이 처음부터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로서 악명을 떨친 것은 아니다. 1969년 쿠데타로 혁명평의회 부의장에 올라 사실상 집권에 성공한 뒤 1979년 대통령 취임 당시에는 1932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이후 계속된 정파·부족 간의 유혈 보복극에 마침표를 찍은 구세주로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아랍권에선 이스라엘과 서방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로 추앙받았고 미국에서도 중동 정세를 제어할 우방지도자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80년부터 8년 간 계속된 대 이란전과 91년 걸프전 및 유엔 핵무기 사찰 등을 거치며 '악의 화신','살인 독재자', '과대 망상증 환자' 등의 오명을 얻었다. 이후 유엔 경제제재 조치로 국가 경제가 파탄에 이르고 반군들의 정권 전복 기도가 끊이지 않는 등 내우외환이 이어졌지만 후세인은 아직도 건재하다. 전문가들은 공포 정치와 대중심리 조작술을 그 요인으로 꼽는다. 유엔 제재조치와 전쟁 위협을 역이용해 서방에 대한 국민의 적개심을 부추기고 권력 기반도 강화한다.

최근 후세인은 차남 쿠사이(36)에게 군 통솔권 일부와 생화학 무기 통제권을 넘겨줘 정권세습 절차에 들어갔다. 후세인 일가와 측근들이 제거된다 해도 후세인식 독재에 익숙해진 이라크가 또다시 힘의 진공상태에 빠져 쿠데타와 종족 분쟁이 빈발, 중동 전체가 혼란에 빠질 것을 서방의 반 후세인 세력들은 우려하고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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