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1, 2회만에 시청률 27.1%로 3위를 차지한 SBS 드라마 '대망'(극본 송지나 연출 김종학). 18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상술과 무협을 뒤섞은 색다른 소재, '모래시계'에서 검증된 서득원 촬영감독의 탁월한 카메라 워크가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부분도 많다. 상인의 도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선과 악을 대표하는 두 상인, 남자 주인공을 둘러싼 2명의 여성 등 여러 면에서 4월2일 막을 내린 MBC 드라마 '상도'와 너무 닮았다.우선 상업적 이윤만을 추구하는 냉혈한 박휘찬(박상원 분). 집에 불을 지른 두 아들에게 손해비용을 계상한 차용증을 건넨 그는 다름아닌 '상도'의 박주명(이순재)이다. 송도 제일의 거상 박주명 역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버는 것을 장사꾼 최고의 덕목으로 여겼다. 박휘찬은 그의 집을 찾은 스님(이원종)에게 "이득을 취하는 게 상인의 도리가 아니겠소?"라고 말했다.
박휘찬의 두 아들 시영(한재석)과 재영(장 혁)은 '상도'의 정치수(정보석)와 임상옥(이재룡)을 연상시킨다. 시영은 아버지가 이끌어온 상단을 더욱 크고 강하게 만들려는 인물. 경쟁자의 뒤를 봐주는 한성판윤을 살해할 정도로 목적을 위해서는 인륜까지 저버리는 시영과, '상도'에서 성공을 위해 자신을 키워준 어른 박주명까지 배신한 정치수는 거의 동일한 캐릭터이다.
이에 비해 재영은 진정한 상인의 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한 조직의 우두머리는 어떤 인물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주인공. 뛰어난 상술 감각을 타고난 점도 닮았다. 재영은 어린 나이에도 맑은 날 나막신을 사재기해 비오는 날 비싼 값에 팔아 엄청난 이득을 챙겼고, 임상옥 역시 중국인들 앞에서 팔려고 내놓은 인삼을 불태우는 할리우드 액션 끝에 결국 떼돈을 벌었다.
재영과 임상옥을 키운 듬직한 상인이 존재하는 점도 비슷하다. '대망'에서는 개성상인 최선재(박영규)가 재영의 자질을 알아보고 혹독한 훈련을 통해 그를 키워낸다면, '상도'에서는 의주 상인 홍득주(박인환)가 임상옥을 조선 최고의 거부로 만든 주역이다. 최선재의 딸 동희(손예진)가 재영을 흠모하고, 홍득주의 딸 미금(홍은희)이 임상옥을 사랑한 것도 똑같다. 이밖에 '대망'에서 재영을 사랑하면서도 정략적으로 시영과 결혼하는 한성판윤의 딸 여진(이요원)은 '상도'의 다녕(김현주)을 연상시킨다.
물론 '대망'이 '상도'보다 3년 여 전 기획됐기 때문에 표절 의혹은 없다. 또한 드라마를 풀어가는 방식도 전혀 다르다. '상도'가 삼보 역의 이희도와 색을 밝히는 삼보 아내 역의 홍진희 등을 통해 코믹한 요소를 많이 집어넣었다면, '대망'은 "무협사극을 써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홍콩 무협영화를 능가하는 과감한 액션을 대거 선보일 예정. 시영에게 무술을 가르치는 단가천(정석용)과 단자연(유 선)의 역할이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종학 PD는 제작발표회에서 "대기업 같은 상단과 민초들이 만든 소규모 상단의 대결을 통해 '돈을 어떻게 벌고 써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었다"며 "특히 젊은이들의 영웅담을 도자기를 빚듯 드라마에 담고 싶었다"고 말해 '상도'와의 차별성을 분명히 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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