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으로 남과 북을 얼싸안았던 부산이 이번에는 세계 영화들을 한자리에 부른다. 11월14일부터 23일까지 부산을 영화의 바다로 출렁이게 할 아시아 최고, 최대 영화제인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16일 그 준비를 마쳤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김동호)는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하고 즐겁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과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칸과 베니스에서 나란히 감독상을 수상해 "세계 유명 영화제 수상도 못하면서 무슨 영화제냐, 남의 잔치가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이제 더 이상 듣지 않게 됐다.
김동호 위원장은 "한국영화와 영화제에 대한 높아진 관심과 위상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세계 3대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칸의 티에르 프레모, 베를린의 디에터 코슬릭, 베니스의 모리츠 데 하데른이 부산을 찾는다.
상영작 역시 58개국 228편으로 역대 최고 규모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매력인 아시아 영화의 향연인 '아시아의 창'과 '뉴커런츠', 유명영화제 수상작과 출품작을 소개하는 '월드시네마' 등 기존 섹션 외에 대만 특별전, 일본 오시마 나기사 감독 특별전, 김수용 감독 회고전, 인도영화를 준비해 아시아 영화에 대한 부산국제영화제의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한다. 다섯 명의 비평가의 추천작으로 꾸민 '비평가 주간 2002'도 신설했다.
영화 제작사와 투자자의 연결통로로 벌써 5회째를 맞는 부산프로모션플랜(PPP, 11월18∼20일)에도 홍콩의 진가신, 한국의 홍상수 등 아시아 12개국의 감독들이 21개 프로젝트를 내놨다. 영화제측은 이곳을 찾는 영화인의 숫자가 지난해 800명보다 많은 1,000여명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4년전부터 시작한 한국영화산업의 부흥과 해외수출을 돕는 인더스트리 센터도 함께 문을 연다.
영화상영 공간도 확대했다. 남포동 piff광장, 부산시민회관은 물론 새로 생긴 멀티플렉스 극장인 해운대의 메가박스까지 모두 15개 상영관에서 하루 3, 4회씩 상영한다. 경쟁부문인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은 미국의 영화평론가 도널드 리치. 국제영화평론가협회(FIPRESCI) 심사위원은 영화평론가인 네덜란드의 한스 비르캄프, 미국의 척 스티븐슨 등 5명이 맡는다. 그리고 한국영화를 유럽에 적극적으로 소개한 알랭 파텔 프랑스 도빌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한국영화공로상도 준다.
올해 개·폐막작은 한국과 일본영화가 차지했다. 김기덕 감독, 장동건 주연의 '해안선'이 영화제 개막작으로 첫 선을 보이고, 키타노 다케시의 최신작 '돌스'가 영화제 대미를 장식한다. 10년 만에 감독에 복귀한 중국 티엔 주앙주앙의 '작은마을의 봄', 필리핀 마이크 드 레온 감독의 '3세계 영웅'과 일본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6월의 뱀', 인도 거장 부다뎁 다스굽타의 '매춘녀 이야기'와 올해 베니스영화제 본선에 나간 한국 홍콩 합작영화 '화장실, 어디에요?'(감독 프루트 첸)도 볼 수 있다.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 크리스토프 자누시 같은 거장의 신작 뿐만 아니라 알렉산드르 소콜로프, 아톰 에고얀, 아키 카우리스마키 등 중견 스타감독들의 작품도 준비했다.
개·폐막작(1만원)예매는 29, 30일이며 본 예매(5,000원)는 11월4일부터 부산은행, 폰뱅킹, PC뱅킹, 인터넷(www.piff.org/ www.pusanbank.co.kr)에서 시작한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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