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위로해 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교도소를 밥 먹듯 드나들던 남편 로렌스(퍼프 대디)가 사형 된 후 아내 레티샤(할 베리)의 상황은 최악이다.불행은 다른 불행을 물고 다닌다. 아이가 뺑소니 교통사고로 숨지고, 집세를 못 낸 여자는 아예 집에서 쫓겨났다. 여자는 진정 위로 받아야 한다. 때문에 그가 남편의 사형집행관과 격정적인 섹스를 했다 해도,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됐다 해도, 그 여자를 그렇게 비난할 수는 없다. 도움이 필요했던 여자와 생전 처음 누굴 돕고 싶었던 남자가 만난 것은 필연이다.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사상 최초 흑인배우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할 베리 주연의 '몬스터 볼(Monster's Ball)'은 흑인혐오자인 사형집행관과 남편을 잃은 여자가 만나게 되는 필연적 과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행크(빌리 밥 손튼)의 일상은 지독하게 건조하다. 기계적으로 창녀를 사고, 사형을 집행한다. 그러나 아들 소니(히스 레저)가 자살한 후, 그의 건조한 삶은 마침내 균열되고 그 때문에 그는 평소 거들떠 보지도 않은 흑인 여자를 도와준다.
그들의 건조한 일상이 주는 긴장감과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된 후의 균열감을 마지막 장면 그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로 치환한 것은 탁월한 연출력이다. '몬스터 볼'은 영국에서 집행 전날 사형수에게 마련해주는 파티를 일컫는 말. 감독은 독일 출생으로 선댄스영화제를 통해 알려진 마크 포스터. 25일 개봉. 18세관람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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