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27일 이틀간 멕시코 로스 카보스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애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일정 중 하나는 한·미·일 정상회담이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한 자리에 모여 국제적 이슈가 돼있는 북한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특히 김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사이에 대북 시각, 접근법, 속도에서 여전히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고 있어 조율 결과가 주목된다.
김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한반도 평화구도를 확고하게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3국 정상회담에 나선다. 실질적인 성과가 담보되는 북미 대화가 진행되도록 부시 대통령을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이를 위해 외곽에서부터 분위기를 조성, 미국의 선택을 유도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임동원(林東源) 특사의 평양 파견, 남북대화 재개, 북일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의 미국 대화 촉구,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의 한반도 평화선언 채택 등으로 미국의 대북 특사 파견을 이끌어냈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박선숙(朴仙淑) 대변인이 이달 초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한반도 변화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친서를 보내온 사실을 16일 공개한 것도 '외곽분위기 조성'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무엇보다 부시 대통령이 반(反)테러, 대이라크 전쟁 등 다른 곳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APEC의 흐름을 이라크 전쟁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마당에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평화제스처를 취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 대북 대화에 대해서는 "노력하겠다"는 원론에 그치고, 대 이라크 전쟁의 명분을 확보하는 데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해 김 대통령은 반 테러에는 적극 지지를, 구체적인 이라크 전쟁에는 원론적 지지를 표명하되 북미대화에 있어서는 확실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자세다. 회담에서 이런 차이가 어떻게 정리될지 관심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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