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학중 겪은 일이다. 녹음기가 필요해 프랑스 친구와 파리 시내 백화점에 갔다. 친구는 제품 설명서를 읽고 점원에게 이것저것 꼼꼼하게 묻더니 자기 나라 제품이 아닌 독일 제품을 권했다.프랑스와 독일간의 미묘한 관계를 알고 있는 나는 "프랑스 제품이 많이 팔려야 독일을 이기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친구는 "프랑스가 독일을 이기는 길은 프랑스 제품이 독일 제품보다 경쟁력에서 앞서는 것"이라며 "독일 제품이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앞선다면 독일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프랑스 제품의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대답했다.
또 "프랑스인은 독일인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감정에 얽매여 상품을 구입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으로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높아지면서 '한국산 제품'(Made in korea)이 세계 시장에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 이는 한국 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품질로 평가 받아왔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국산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물건을 구입해왔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국산품 애용은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국산품을 사용해야만 애국자라는 의식이 남아있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
과거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국산 제품이 가격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구입하자는 논리가 남아있다. 얼마 전 전파를 탔던 공익 광고는 "금줄에 달 고추까지 외제로 하시겠습니까?" 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시대가 바뀐 지금도 감정에 호소하는 국산품 애용 의식이 효과가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도 이제 산업화 기반을 갖추었고 글로벌 경쟁 체제에 편입된 만큼 국산품 애용의 논리도 바뀌었으면 한다.
장 태 연 이화미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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