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에 처한 수재민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었으나 시간이 촉박해 이번 공연에는 함께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12월에 명동성당에서 수재민을 돕기 위한 공연을 꼭 하겠습니다."클래식 예술이 화려하고 고상한 음악당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시골 구석구석까지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피아노의 시인' 백건우(56)씨가 24∼27일 모스크바 필하모닉과 함께 내한공연을 갖기 위해 16일 방한했다.
1년에도 몇 차례씩 방한하는 그이지만 이번 연주에서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1번과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레퍼토리로 골랐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라벨 포레 메시앙 등 국내서는 잘 연주되지 않는 작곡가들을 골라온 백씨의 면모에 비춰보면 무척 색다른 선곡. 그러나 그가 연주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초창기 작품으로 유명한 2번과 3번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그는 "초연의 실패로 가려졌던 이 명곡의 아름다움을 한국인들에게 전해주겠다"고 했다.
늘 그래왔듯이 백씨는 이번에도 대전과 순천 등 지방에서 공연을 갖는다. 그는 내한 공연 때면 피아노 종류를 탓하지도 않았으며, 시청 강당 등 장소에도 전혀 구애받지 않았다. "얼마 전 지방 여고생의 팬레터를 받았는데 서울에서 하는 연주회를 보러 가려면 잠잘 곳까지 걱정해야 했는데 고향에서 들을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고 하더라"며 "연주자는 연주 여건보다는 청중과 교감하면서 연주하는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한 때 프랑스로 귀화했다는 말도 있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우리나라의 시골 구석구석을 다닐 때마다 더욱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이 솟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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