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미 정가는 유례없이 시끄러웠다. 버몬트주의 제임스 제퍼즈 상원의원이 공화당을 탈당하여 무소속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의 탈당으로 미 상원 의석분포는 공화당 49, 민주당 50, 무소속 1이 되었다. 민주당과 동수 의석을 가졌던 공화당이 졸지에 소수당이 된 것이다.언뜻 보기에는 의원 한 명의 탈당이었지만 그의 탈당에 정가, 언론은 흥분했다. 공화당이 소수당이 됨에 따라 야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변화와 부시행정부의 행정독주 견제가 예고됐던 것이다.
자연히 제퍼즈는 주목받는 정치인이 되었다. 언론은 다투어 그의 탈당사를 소개했다. "버몬트는 노예제도 금지를 최초로 주헌법에 명시한 곳이다. 공화당 의원이면서도 베트남전을 반대했던 조지 아이커가 태어난 곳이며…"로 시작하여 "버몬트는 독립성과 사회의식의 고향이다"로 끝나는 탈당사에는 진실함이 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그의 평소 정치신념이 공화당 것과 정말로 달랐음이 확인도 됐다. 그가 의회에서 수 차례 공화당 당론과 반대되는 투표를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탄핵부터 교육법과 국방비지출 투표에서 그는 공화당 당론을 따르지 않았었다. 그의 탈당소식은 국내언론에도 호의적으로 소개되었었다. 탈당이유가 우리 '철새'들의 탈당이유와는 다르게, 진짜 정치신념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으리라. 그런데도 제퍼즈는 미 유권자사회에서 박수만 받지 않았다. 탈당선언 직후 50명 이상의 기부자가 기부금반환을 요구하여, 그는 돈을 돌려주어야 했다. 공식사이트(http://jeffords.senate.gov/)에 항의의견을 보내는 유권자 설득을 위해 '나의 독립선언'이라는 책도 냈지만 그가 배신자인가 영웅인가를 알아보자는 사이트(www.yourcongress.com/ViewArticle.asp?article―id=1420), 정치인 당적(黨籍)변경은 용서할 수 없다는 사이트가 즐비하여 다음 선거에서의 그의 성공은 의심스럽다.
우리처럼 의원들의 탈당, 당적변경이 단체로,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법 없지만 미국 의회사에도 의원 개개인의 탈당, 당적변경은 있다. 그런데 탈당한 의원들은 그 다음 선거에서 낙선을 많이 했다. 3선의 거물급 뉴욕 하원의원이었던 마이클 포브스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꾸어 2000년선거에 나서자 낙선한 것이 대표적이다.
제퍼즈 의원조차 용납 않고 포브스를 떨어뜨린 미 유권자처럼, 우리는 '철새'의원의 이름과 과거를 꼭꼭 기억하여 투표로서 걸러내야 마땅할 것이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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