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국무회의를 통과한 경제특구안은 7월 확정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에 비해 크게 후퇴한 것이어서 실망스럽다. 당초 정부가 경제특구안을 내놓을 때 각오는 다 어디로 간 것인지 어리둥절할 정도다. 정부의 특구안은 외국기업이 원하는 것은 다 해 준다는 기본 개념을 깔고 입안 됐다. 외국 투자기업 유치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주변국과의 사활을 건 경쟁에서 낙오될 것이란 절박한 위기감 때문이었다.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경제특구 내에 내국인들도 외국인학교를 자유롭게 세울 수 있게 하겠다는 당초의 구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교육부의 반발이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서는 월차 및 생리휴가 규정을 아예 적용하지 않겠다던 계획도 수정됐다. 월차 유급휴가 적용은 배제하고 휴일과 생리휴가의 무급규정만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규정도 크게 바뀌었다. 원안은 외국인 근로자의 업종과 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규정을 아예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외국 기업들이 현행법에 구애받지 않고 동남아의 싼 인력들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이것도 해당부처의 반대에 부딪쳐 경제특구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바뀌었다. 정권 말기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국회 심의과정에서 내용이 더 축소될 가능성도 높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의욕이 앞서 부처 이기주의와 이익집단의 반발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 내의 조율조차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구법에는 법인세 감면등의 외국기업 유인책도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구에는 선발 주자인 싱가포르 홍콩 타이완을 능가할 투자 매력이 있어야 한다. '말로만 특구'에 외국 기업이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특구에 대한 재고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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