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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무가 지리 킬리안/"무용史에 남는것보다 관객이 더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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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무가 지리 킬리안/"무용史에 남는것보다 관객이 더 중요해"

입력
2002.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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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첫 한국 공연 때 관객들이 보여준 뜨거운 반응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기억에 남을 공연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의 세계적 안무가 지리 킬리안(55·사진)은 16일 첫 공연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안녕하세요"라고 또박또박한 우리 말로 첫 인사를 건넸다. 일본 사이타마에서 4주간의 페스티벌을 마친 뒤 바로 방한한 킬리안은 "일본 관객들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아 교감이 어려운 반면, 한국 사람들은 흔히 비교되는 이탈리아인처럼 마음이 열려있고 열정적이어서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월드컵 이후 네덜란드와 한국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져 기쁘다"면서 "한국에서는 히딩크 감독이 거의 신(Half-God)으로 대접받지 않느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체코 태생의 킬리안은 프라하 국립극장 발레학교와 런던 로열 발레학교를 거쳐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안무가로 데뷔했고 75년 스물 여덟의 나이에 NDT 예술감독에 취임했다. 탁월한 음악 해석과 독창적 안무로 세계 무용계를 사로잡은 그는 "인간의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보여준다"는 찬사와 함께 '현대무용의 나침반'으로 불린다.

이번 공연에는 '더 이상 연극은 아니다(No More Play)' 등 킬리안의 대표작 3편과 신예 안무가 폴 라이트풋의 '쉬-붐(Sh-Boom)'이 무대에 오른다. 그는 특히 체코 작곡가 야나체크가 죽어가는 딸을 바라보며 만든 피아노 곡을 배경으로 한 '잡초가 우거진 길을 지나(Overgrown Path)'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면서 "인생을 길로 볼 때 지금 지나는 길 위에서 겪는 슬픔이 시간이 흐르면 희석되는 것처럼 통일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도 지금은 힘들겠지만 (통일이 되면) 고난과 아픔이 희미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킬리안은 명 안무가로 평가 받는 비결에 대해 "안무가는 관객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무용수라는 매개를 통하기 때문에 나의 감성을 잘 전달하려면 무용수의 감성을 끌어내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그 바탕은 솔직함"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무용 역사에 어떻게 남고 싶은가"라고 묻자 역시 '대가'다운 답이 돌아왔다. "나는 역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일본 교과서 문제에서도 보듯 역사는 편리에 따라 왜곡될 수 있지 않은가. 역사에 어떻게 이름이 남든 상관하지 않는다. 오늘 여러분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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