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가 준비하고 있는 대하사극 '장희빈'(극본 김선영 연출 이영국)이 첫 걸음부터 꼬이고 있다. 고궁에서의 야간촬영 금지 방침이 떨어지고, 주역인 장희빈을 맡을 배우를 구하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문제는 문화재청 국정감사와 KBS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다. 민주당 이협 의원이 문화재 야간촬영이 문화재를 심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제기하면서, 그 동안의 촬영관행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각 방송사는 2001년 70차례, 2002년 8월까지 38차례에 걸쳐 야간에 고궁을 촬영했지만, 문화재청 규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고궁 등 문화재 야간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문화재청의 야간촬영 불허로 가장 큰 난관에 부딪친 쪽은 11월 6일 방송 예정인 '장희빈' 제작진. MBC 사극 '어사 박문수'는 내년에 제작할 예정이어서 아직 여유가 있고, KBS '제국의 아침'은 고궁 장면이 없으며, SBS '대망'은 자체 세트에서 촬영을 하고 있기 때문. 제작진은 문화재청에 촬영 협조를 요청했지만, 문화재청은 촬영 불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대본 수정이나 방영일정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제작진은 현재 경북 문경 세트와 민속촌을 오가며 촬영하고 있다. 윤흥식 KBS 드라마 국장은 "정교한 세트를 전북 부안 격포 근처에 만들 계획이 있지만 완성에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며 "밤 장면은 고궁 돌담에서 기대 찍는 것으로 끝내고 세트로 옮기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장희빈'의 발목을 잡고 있는 또 하나는 캐스팅. 숙종 역의 전광열만 캐스팅이 확정되었을 뿐, 주역인 장희빈과 인현왕후를 구하지 못했다. 윤 국장은 "벼랑에 선 기분"이라고 말했다. 캐스팅에 무려 20억원 설이 나돌았던 심은하를 비롯해 이영애 송윤아 김희선 최진실 김남주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모두 고개를 내젓고 있다. 100회에 달하는 긴 일정, 장편사극이 요구하는 연기력 등이 큰 심적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출연료도 회당 1,0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얘기가 되고 있지만, 회당 9,000만원 가량의 제작비에서 인건비 출혈이 너무 크다는 것도 제작진의 고민거리. 이영국 PD는 "적어도 이번 주 안에 캐스팅을 확정할 것"이라며 4회 분량까지는 장희빈 출연 장면이 많지 않다는 데 일단 안도하고 있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