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축구 선수들이 통일의 뜻을 담은 유니폼을 남쪽 동포들에게 선물했습니다." 희귀 축구용품 소장가인 이재형(李載炯·41)씨가 16일 부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 축구대표팀이 남측 동포에게 선물한 선수 전원의 사인이 담긴 유니폼을 공개했다.이재형씨가 인공기가 붙어 있는 북한 선수들의 유니폼을 선물로 받은 것은 11일. 북한 취주악대가 자원봉사자와 외국선수들을 위해 공연을 한 이날, 이씨는 10시간의 기다림 끝에 리정만 북한축구팀 감독을 만나 유니폼을 품에 안았다. 이씨가 국내 일간지에 실린 북한 축구대표팀과 북한선수 관련 기사를 모은 60여쪽의 스크랩북을 만들어 리 감독에게 전달한데 대한 북측의 답례품이었다.
당시 태국에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한 뒤 의기소침해 있던 리 감독은 정성어린 스크랩북을 보자 "남측 신문을 보기는 처음"이라며 "남측 기자들이 이렇게 우리 팀에 용기를 주는 기사를 많이 쓴 줄 몰랐다"며 감격해 했다.
이씨와 리감독의 인연은 지난달 7일 열린 남북통일축구경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적인 통일축구경기에 참가한 북한 선수들의 사인을 모으기 위해 무작정 숙소인 신라호텔로 찾아간 이재형씨는 리감독의 도움으로 뜻을 이뤘다.
이재형씨는 "리 감독이 유니폼을 선물하면서 '남측 축구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에 정말 감사한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유니폼뿐이지만 통일을 위해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20여년간 모은 1만여점의 희귀 축구용품으로 월드컵 기간 중 전시회를 열었던 이씨는 "앞으로 축구 박물관을 만들어 북한선수의 사인이 담긴 유니폼 등을 전시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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