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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충청유권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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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충청유권자에 달렸다

입력
2002.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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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이 뜨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두 달 남짓 앞두고 대선 후보들과 정당들은 충청도 표심 잡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불붙기 시작한 충청권 공략은 곧 한나라당이 자민련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언론보도로 이어졌다.그러나 그 가능성에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부정적 태도를 밝히자,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는 민주당 일부세력과의 연대를 시사하기도 했다. 급기야 충청도에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민주당과 자민련의 국회의원이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바꾸고 말았다. 철새 정치인들의 담 넘어 다니기 행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곧 떼지은 철새들의 대규모 이합집산이 뒤이을 전망이다. 여전히 철새들 이합집산의 한 축엔 자민련이 존재하고 있고 김종필 총재의 행보가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어느 후보에게도 김종필 총재의 도움이 절실할 수 있다. 3당 합당으로 문민정부의 탄생이 가능했으며, DJP 연대가 있었기에 수평적 정권교체가 실현될 수 있었다. 결국 지금까지의 대선정국 판짜기에 김종필 총재와 그를 추종하는 정치세력은 충청 지역을 바탕으로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12월 대선에서도 이러한 양태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가 하는 점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21세기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더 이상 특정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특정 정치인에게 구애하는 자세에서 탈피해야 한다. 지역주의 타파는 특정 지역과 정당, 그리고 특정 정치인의 고리를 끊는 것이 그 본질이다. 충청 지역 출신 몇몇 국회의원을 끌어들이는 것이 충청권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결정타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김종필 총재 역시 충청 지역 주민을 볼모로 정치 무대에서의 역할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또 한번의 정치곡예로 정치생명을 이어나가려는 모습은 애처로울 뿐이다. 내각제 구현이라는 명제를 내걸고 시도했던 3당 합당과 DJP공조는 결국 자민련과 김종필 총재의 정치적 색깔을 흐리게 했고, 이제 내각제 개헌의 명분은 거친 유성기의 재생음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자민련과 김종필 총재가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충청 지역을 떠나 자민련 정책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길이다. 극우 보수면 어떻고, 원조 보수면 또 어떠한가. 대북정책과 경제정책, 그리고 사회복지정책에서 나름대로의 색깔을 일관되게 표방했더라면 민주노동당의 지지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모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과 노동정책에 대한 진정한 보수의 정책 대안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는 국민들에게 정치적 지지를 호소하는 편이 훨씬 나은 방법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충청권 유권자의 선택이다. 정치권의 힘 겨루기와 서바이벌 경쟁의 대선 마당에서 진정한 정치력을 발휘할 주체가 바로 충청권의 유권자다. 충청권은 결코 무주공산(無主空山)이 아니다. 이인제 의원이 민주당 국민참여 경선에서 중도 탈락하고 김종필 총재의 정치력이 약화되었다고 아무나 충청권에서 새로운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자격 미달이다. 정치인이 주인이 아니라 유권자가 주인임을 아직도 모르는가. 지역주의 타파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할 선거혁명의 선두에 충청권 유권자가 있음을 믿는다. 충청권의 유권자들은 더 이상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의 볼모가 아니며, 몇몇 철새 정치인을 따라 지지 후보를 좇아가는 유권자가 아니다.

호남, 영남이 특정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듯 충청권도 똘똘 뭉쳐 특정인에게 몰표를 던져야 충청인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라며 '핫바지론'을 내세웠던 적이 있었다. 이번 대선을 통해 그 '핫바지론'을 진짜 '핫바지'로 만들어 버려야 한다.

이 정 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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