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사상태에 빠져있던 국내증시의 수급구조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미국증시 영향을 받아 이틀 연속 큰 폭의 기술적 반등을 이어가며 꽉 막혔던 수급구조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대형 우량주를 팔았던 외국인은 삼성전자 등 우량주 위주로 다시 사들이고 있고, 지수하락을 부추겼던 기관들의 손절매(로스컷) 물량도 주춤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총알인 고객 예탁금 또한 몇 일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우량주 재매입하는 외국인
지난 10일 거래소에서 2,04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 급락을 주도했던 외국인들이 다시 매수에 나서고 있다. 11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순매수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들은 14일 884억원어치를 순매수, 반등장을 이끌었다. 이들이 사들였던 종목은 삼성전자, 국민은행, POSCO, SK텔레콤 등 지수관련 대형 우량주.
15일 역시 외국인들은 거래소에서 226억원어치를 순매수 했다. 삼성전자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모건스탠리 창구 등을 통한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30만원을 회복했다. 대우증권 황준현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비관적 관망세에서 최근 소폭이나마 낙폭과대 우량주를 위주로 긍정적인 매수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시장 안정이 전제된다면 매수규모를 크게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 매수여력 보강
증시 발목을 잡았던 기관들의 로스컷 물량 감소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희망적이다. 주식형 수익증권의 자금은 정체돼 있지만 최근 매도세로 투신권의 현금 비중이 높아져 기관 매수 여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를 반증하듯 15일 거래소에서 기관은 5거래일만에 순매수로 돌아서 304억원어치를 순수하게 사들였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기관들이 지수 800∼850선에서 사들인 물량을 대부분 해소한 것으로 보여 로스컷은 마무리 된 것으로 여겨진다"며 "투신권의 최근 현금 비중은 22.3%까지 급증, 연중 고점에 가까워 지고 있어 자금난에서도 상당부분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매물대를 분석한 결과 600선 근처에서 기관들은 매수에 나선 사례가 많아 향후 주식 매도 강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매수 유입의 판단기준이 되는 매수 차익거래 잔액(차익거래를 위해 사들인 현물 주식 액수)이 14일 기준 1,937억원으로 연중 최저치라는 점도 수급 개선에 긍정적이다. 그만큼 기관들이 프로그램으로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여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개인들의 주식 매수 대기 자금인 고객예탁금도 증가하고 있다. 12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전날보다 84억1,000만원 늘어난 8조3,924억원을 기록,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월별로는 올 3월이후 감소세가 지속됐고 일별로도 9월 중순이후 계속 감소만 했던 고객 예탁금 추이가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것.
▶장기 수급 보강은 불투명
그러나 장기적인 수급 보강 기대는 섣부르다는 의견이 많다. 굿모닝신한증권 강보성 연구원은 "해외 뮤추얼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지속되는 한 기조적인 외국인 매수를 기대하긴 힘들다"며 "미국증시 안정과 이에 따른 자금 유입이 있어야 실질적인 매수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