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독극물 방류사건으로 기소된 주한미군 군무원 앨버트 맥팔랜드(58)씨에 대한 재판이 사법당국의 방관과 주한미군의 협조거부로 7개월째 아무런 조치 없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담당 재판부와 법무부는 형사피고인인 맥팔랜드씨의 출국을 막을 장치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15일 확인돼 자칫 재판권 행사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마저 우려되고 있다. 맥팔랜드씨의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15단독은 올해 2월 발부한 2차 구인장 집행이 3월 무산된 이후 "가능한 수단은 다 사용했다"며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맥팔랜드씨는 지난해 3월 서울지검 외사부에 의해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 됐으나 다음달 서울지법에 의해 "사안이 중하다"는 이유로 정식재판에 회부됐었다. 이후 법원은 맥팔랜드씨에 대한 공소장을 그의 근무지인 주한미군 영내와 영외거주지인 서울 동부 이촌동의 아파트로 보냈으나 미군측의 협조거부와 본인부재로 송달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맥팔랜드씨에 대한 구속재판이 필요하다고 보고 1월과 2월 두차례에 걸쳐 구인장을 발부했으나 미군측이 신병인도를 거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법원은 법무부를 통해 여러 차례 주한미군에 재판진행을 위한 협조요청을 했으나 미군측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상 공무수행중에 발생한 사건에 대한 재판권은 미군측에 있다"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법원과 법무부는 현재 "맥팔랜드씨가 미8군 영내에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정 하에 영외거주지로의 구인장 집행 노력은 하지않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맥팔랜드씨의 출국. 재판부 관계자는 "맥팔랜드씨의 출국은 미군의 재량권으로, 이를 막을 현실적 방법은 없다"며 "출국금지조치를 법무부에 요청할 수도 있지만 미군이 그의 출국을 강행한다면 사법부의 권위만 무시된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도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서 피고인의 신병확보는 전적으로 재판부에 달려있다"고 발을 뺐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부는 궐석재판의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궐석재판은 맥팔랜드씨의 출국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당장 그의 출국 전에 신병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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