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백두대간의 단풍이 이번 주말에 절정을 이룬다. 인산인해가 예상돼 사람에 치이는 것도 그렇지만 가는 길의 혼잡함도 걱정이다. 영동고속도로와 설악산으로 향하는 44번 국도가 특히 그렇다. 운전대를 틀어 다른 길을 택해보자. 여유있게 차를 몰면서 단풍을 완상(玩賞)할 수 있는 길이 많다. 목적지에 닿기도 전에 단풍에 흠뻑 취할 것이다.▶구룡령= 구룡령은 백두대간을 넘는 고개 중에 가장 풍경이 아름다운 고개다. 오대산의 서북쪽 능선을 타고 올라 양양으로 내려간다. 구룡령길에 닿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 서울에서 양평-홍천을 거쳐 신내사거리에 닿으면 오른쪽으로 56번 국도가 이어진다. 영동고속도로 속사IC에서 빠져 31번 국도를 타고 운두령을 넘으면 구룡령이 시작되는 홍천군 내면 창촌리에 닿는다.
새로 난 아름다운 길이 있다. 홍천을 지나 철정검문소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451번 지방도로. 이 길을 타고 상남면까지 간 후 면시가지 초입에서 상남초등학교쪽으로 우회전하면 446번 지방도로다. 비포장이었던 이 도로는 지난 봄 완전히 포장 개통됐다. 홍천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인 미산계곡을 지나면 내면에 닿는다.
구룡령의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양양까지 계속 이어진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명개리계곡. 오대산의 서북쪽 골짜기이다. 산을 넘어 상원사에 닿는 임도를 따라 조금만 오르면 만난다. 명경지수가 기이한 바위들을 타고 흘러내린다. 오대산의 단풍은 이 계곡까지 내려와 있다. 그냥 여기 머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구룡령 고개를 넘을 땐 절대 서행해야 한다. 굽이가 만만치 않은 것도 이유지만 오대산의 단풍을 제대로 보기 위함이다. 고개 정상을 넘어 약 200m쯤 가면 길이 약간 넓어지면서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구령룡 북쪽의 백두대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이다. 물론 날씨가 도와줘야겠지만 시야가 탁 트인 날이면 백두대간의 웅장한 파노라마를 만날 수 있다.
고개를 내려오는 길의 명소는 미천골이다. 불바라기약수와 선림원터가 있는 이 계곡은 특히 활엽수가 많아 가을이면 황홀경을 연출한다.
▶백복령= 42번 국도는 평창, 정선 등 강원도 산골 마을을 두루 훑는 멋진 길이다. 백두대간을 넘어 강원 동해시에 닿는다. 영동고속도로 새말IC에서 빠지면 바로 42번 국도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이 안흥. '깡촌'으로 불릴 정도로 한적했던 이 시골마을은 이제는 관광버스가 줄을 서는 명소가 됐다. 다름아닌 찐빵 때문이다. 안흥찐빵이 아닌 것은 찐빵이 아닐 정도로 유명해졌다. 마을에 20여 곳의 찐빵집이 있다. 휴일이면 각 가게마다 차를 세우고 박스로 찐빵을 사려는 인파가 줄을 선다.
평창을 지나 정선에 다가가면 동강을 볼 수 있다. 미탄리를 지나면 진탄나루로 빠지는 샛길이 나온다. 차 두대가 겨우 교행할 수 있는 길로 약 6㎞정도를 들어가면 진탄나루이다. 이름만 나루이지 배를 묶어놓는 시설은 없다. 대신 래프팅용 고무보트가 산처럼 쌓여있다. 동강 래프팅의 출발지다. 동강의 물빛이 푸르고 맑다.
정선에 들면 볼 것들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정선읍의 장터를 보고 고개를 넘으면 조양강. 길은 강을 끼고 이어진다. 손꼽히는 강변도로이다. 과속차량이 많으니 조심할 것. 강변도로는 정선 아라리의 고향인 아우라지에서 끝난다. 아우라지에서 그냥 지나치지 말고 종량동 쪽으로 들어가면 멋진 폭포를 구경할 수 있다. 마치 하늘에서 물이 떨어지는 듯한 오장폭포이다.
정선의 여량을 지나면 두개의 작은 고개를 넘는다. 큰너그니재와 작은너그니재이다. 작은 고개지만 굽이가 심하다. 두 고개를 넘으면 정선의 동쪽 끝자락인 임계. 백복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이다. 백복령은 다른 언덕과 모습이 다르다. 언덕을 올랐다가 한참 능선을 타고 간 뒤 내려간다. 고개의 내리막길에 동해시의 자랑거리인 무릉계곡이 있다. 수백명이 올라타도 넉넉한 무릉반석을 비롯해 쌍폭, 용추폭포 등 비경이 펼쳐진다. 지금 푸른 물줄기 위에 단풍이 한창이다.
▶진고개= 영동고속도로를 우회하는 도로로 이제는 제법 알려졌다. 특히 월정사, 상원사 등 명찰이 길가에 있어 초파일 등에는 극심한 혼잡이 빚어지기도 한다. 오대산 한 가운데를 관통해 강릉시 주문진으로 이어진다. 영동고속도로 진부(월정사)IC에서 빠져 우회전하면 6번 국도이다.
처음 만나게 되는 명소는 월정사. 강원도의 모든 절을 거느리고 있는 큰 사찰이다. 국보 제48호인 팔각구층석탑 등 문화재가 많다. 월정사에서 약 8㎞ 비포장길을 달리면 상원사다. 국보 제36호인 상원사동종 등 역시 보물이 많다. 상원사에 들렀다면 약 1시간의 다리품을 팔아 적멸보궁에 들르면 좋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기도터이다. 자리를 잘 잡은 암자로 유명하다. '조선의 승려들이 적멸보궁 덕분에 밥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진고개를 넘으면 길은 아름다운 송천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계곡 유원지 입구에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숲 속으로 조금 들어가면 계곡물이 보인다.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물이 차다.
송천계곡을 따라가다보면 오른쪽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오대산의 명소 중 하나인 소금강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주차장에 차를 놓고 왕복 약 2시간 정도 산에 오르고 내리면 단풍의 색깔에 완전히 취할 수 있다. 산길이지만 가파르지 않다. 바위 사이로 청류가 흐른다. 길은 계곡물을 건너며 예쁘게 나 있다.
/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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